사모펀드(PEF)가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면 새 경영진을 앉히는 게 보통이다. 좋은 경영진을 선임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PEF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주요 PEF 10여 곳과 그 포트폴리오사 20여 곳을 살펴본 결과, 다른 PEF 포트폴리오사를 이끈 경영진을 데려오는 ‘재기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호나이스 인수를 끝낸 칼라일은 최진환 전 롯데렌탈 대표를 청호그룹 총괄대표 겸 지주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그는 과거 칼라일의 포트폴리오사이던 시절 ADT캡스 대표를 맡은 인물이다. 청호그룹 계열사 대표로 선임된 정창국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정세형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칼라일과 함께했던 ADT캡스 경영진이다. 칼라일이 이들을 통째로 데려온 건 청호나이스의 사업 구조가 ADT캡스의 보안 출동 서비스와 닮아 있어서다.
청호그룹 경영진 사례처럼 PEF들은 같이 일해봤거나 다른 PEF 투자사에 몸담은 적이 있는 경영자를 선호한다. 경영자에게 PEF 포트폴리오사행은 장점이 많다. 대기업과 달리 철저한 성과 위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김의열 설빙 대표와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회장이 유명하다. 이들을 놓고 PEF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CJ푸드빌 대표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4년 UCK파트너스가 인수한 공차코리아 대표를 맡아 매장 수를 늘리고 대만 본사까지 역인수하는 등 ‘공차 신화’를 썼다. 2019년 UCK가 미국계 사모펀드 TA어소시에이츠에 공차코리아를 매각할 때도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게 사실상 거래 조건 중 하나였다. 이후 UCK는 김 대표를 설빙 대표로 다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UCK는 김 대표의 경업금지 기간이 끝나길 기다리기 위해 설빙 대표 자리를 1년간 비워뒀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한 VIG파트너스가 이듬해 영입했다. 그는 콰트로치즈와퍼 등 히트 메뉴로 매출과 매장 수를 크게 늘렸다. VIG는 인수 3년여 만에 산 값의 두 배인 2100억원에 버거킹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후 문 회장은 칼라일 산하 투썸플레이스로 자리를 옮겼는데, 투썸플레이스에서도 취임 이후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버거킹 측에서는 경업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었으나 문 회장이 승소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정환 전 SK렌터카 대표는 네 차례 이상 PEF 회사를 옮겨 다녔다. 2019년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중고차 플랫폼 오토플러스 대표를 맡아 적자 회사를 흑자 전환시킨 뒤 2023년 어피니티 소유의 요기요 대표로 옮겼다. 이후 2024년 8월 역시 어피니티 투자사인 SK렌터카 대표를 맡았고, 올해 5월부터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인수한 이동의즐거움(옛 로카모빌리티) 대표를 지내고 있다.
재무 라인은 이동이 훨씬 빈번하다. 한앤컴퍼니와 세 번 이상 호흡을 맞춘 정광섭 SK스페셜티 CFO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CFO, 마이셰프 CEO를 거쳐 SK스페셜티 CFO로 합류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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