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엔비디아, AI 개발 생태계까지 장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약 129억3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허깅페이스는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AI 모델을 올리고, 다른 개발자들이 이를 내려받아 시험하거나 자신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현재 1800만명 이상의 개발자·연구자·창작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300만개 이상의 AI 모델과 50만개 이상의 데이터세트가 공유돼 있습니다. 허깅페이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20만곳이 넘습니다.
엔비디아는 인수 이후에도 허깅페이스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유지할 방침입니다. 개발자들이 원하는 AI 모델과 데이터세트를 계속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반도체와 클라우드에서도 모델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허깅페이스에 올라와 있는 AI 모델이 모두 완전한 오픈소스인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방식으로 공개됩니다.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어떤 입력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를 결정하는 수많은 가중치를 만들어냅니다. 오픈웨이트는 학습을 마친 AI 모델의 핵심 결과물인 이 가중치를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가중치가 공개되면 개발자는 이미 학습을 마친 AI의 ‘두뇌’를 내려받아 자신의 서버에서 구동하거나 목적에 맞게 추가로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가중치뿐 아니라 모델 개발과 구동에 필요한 코드 등 보다 많은 요소를 공개합니다.
이번 인수는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개방형 AI 모델 ‘네모트론’을 확산시키는 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네모트론은 챗GPT처럼 일반 소비자가 매일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업과 개발자가 내려받아 자신들의 AI 서비스와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반 모델에 가깝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네모트론 모델을 허깅페이스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신 네모트론은 코딩과 추론부터 기업용 AI 에이전트, 음성, 문서 처리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네모트론의 경우 일반 소비자용 AI 서비스와 달리 단순한 이용자 수보다 개발자와 기업의 채택 정도가 중요합니다.
챗GPT는 몇 명이 서비스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지표지만, 네모트론과 같은 개방형 모델은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다운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과 서비스를 만드는지, 실제 기업 시스템에 얼마나 채택되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허깅페이스에서 네모트론을 검색하면 현재 4400개가 넘는 관련 모델과 파생 모델이 검색됩니다. 최신 네모트론 3.5 모델 가운데 일부는 공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수십만회에서 100만회에 가까운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운로드 수는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내려받는 경우도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이용자 수로 볼 수는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에 앞서 AI 스타트업 ‘풀사이드’와 60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풀사이드는 코딩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AI가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코드를 분석·수정하며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엔비디아는 풀사이드 자체를 인수하기보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GPU 시장을 장악하면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고객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GPU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GPU에서 네트워크와 서버·랙, CUDA 등 소프트웨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AI 모델과 이를 개발·공유하는 플랫폼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허깅페이스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1800만명 이상의 AI 개발자가 어떤 모델을 선택하고 시험하며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지가 결정되는 AI 생태계의 핵심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네모트론 자체에서 반드시 큰 사용료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네모트론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늘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기업용 AI와 AI 에이전트가 만들어진다면 결국 이들을 학습하고 구동하기 위한 컴퓨팅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브로드컴 AI 매출 2년 만에 4배
브로드컴은 2026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잉여현금흐름(FCF)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1%, 전분기 대비 5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반도체인 XPU 고객은 현재 6곳으로 늘어났습니다. 고객사들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167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브로드컴은 3분기에 오픈AI의 1세대 맞춤형 AI 반도체인 ‘할라피뇨’도 출하했다고 밝혔습니다.
탄 CEO는 TPU 공급 계약과 관련해 앞으로 수년간 매년 수백억달러 규모의 TPU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앤트로픽이 2027년 브로드컴의 최대 XPU 고객으로 올라서고 2028년에도 최대 고객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로드컴의 3분기 전체 매출은 2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3.32달러로 96% 늘었습니다.
향후 AI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성장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2026회계연도 전체 AI 매출 전망치를 기존 560억달러에서 580억달러로 높였습니다. 전년 대비 186% 증가한 수준입니다.
브로드컴은 필요한 공급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며 2027회계연도 AI 매출이 약 1150억달러로 다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2028회계연도 AI 반도체 매출은 다시 두 배 늘어난 23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2028회계연도 EPS도 3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AI 매출 성장 경로는 2026년 580억달러, 2027년 1150억달러, 2028년 2300억달러입니다. 2년 만에 약 4배로 커지는 셈입니다.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는 브로드컴이 2027년 AI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공급망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탄 CEO는 회사가 전망치를 제시할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로드컴은 첨단 반도체 웨이퍼뿐 아니라 기판과 HBM 메모리 공급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7년 AI 매출 1150억달러 전망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고객이 이를 실제 데이터센터에 제때 설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AI 반도체 수요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병목이 남아 있습니다.
탄 CEO는 부지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물의 준비 상황이 실제 AI 인프라 구축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첨단 웨이퍼와 기판, HBM 메모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브로드컴이 칩을 생산할 능력이 있더라도 고객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각종 시스템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설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실적에도 브로드컴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의 기대가 실적보다 더 높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브로드컴은 4분기 매출을 약 348억달러로 전망했습니다.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50억3000만달러에는 소폭 못 미쳤습니다. JP모간은 공식 컨센서스보다 높은 투자자들의 이른바 '위스퍼 넘버'에는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AI 매출 전망 역시 절대적인 숫자는 강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실적 발표 전부터 브로드컴의 가장 큰 위험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높아진 기대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체 전망은 2027년 AI 매출 약 1200억달러였지만 일부 투자자의 기대치는 1500억달러 이상까지 높아져 있었습니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1150억달러는 기존의 1000억달러 이상이라는 전망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지만 이미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던 셈입니다.
구글의 공급업체 다변화도 부담입니다. 구글이 최근 마벨과 맞춤형 반도체 계약을 체결하면서 브로드컴이 구글 관련 AI 반도체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얼마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강세 의견을 유지하거나 목표주가를 높였습니다. 단기 가이던스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2027~2028년 AI 사업의 성장 가시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502달러에서 505달러로 높였습니다.
BMO캐피털은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455달러에서 575달러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캔터 피츠제럴드도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525달러에서 600달러로 높였습니다.
캔터의 C.J. 뮤즈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환경 악화와 부채 증가가 빅테크의 AI 투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현재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은 반드시 악재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공급 제약으로 일부 매출이 뒤로 밀릴 경우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길어지고 2028년 성장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3. JP모간 “빅테크, 1.7조달러 더 조달할 여력있어”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에 이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앞으로 투자해야 할 규모는 더 크며 이를 감당할 재무 여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JP모간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이 2026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뒤 2028년 이후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어위브, 네비우스, IREN 등 네오클라우드 업체와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계획을 종합하면 2030년까지 누적 자본지출 규모가 3조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자본지출은 연평균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투자를 뒷받침하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사업입니다. 상위 6개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합산 클라우드 매출은 2026년 2분기 기준 1200억달러에 달했으며 직전 분기 성장률은 48%에 달했습니다.
다만 AI 투자 규모가 워낙 빠르게 늘면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 모든 투자를 충당하기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ATM(시장가 주식 발행) 등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도 늘고 있습니다.
ATM은 기업이 한꺼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신주를 조금씩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높거나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주식을 나눠 발행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시기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주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습니다.
JP모간은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근거 가운데 하나는 낮은 부채 수준입니다. 이들 기업의 합산 순부채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13% 수준으로 현재 부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AI 투자 규모가 급증하더라도 추가로 빚을 내 투자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JP모간은 이런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감안할 경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앞으로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투자등급(IG) 회사채 규모가 약 1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NVDA) 등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금융 방식도 마련되고 있어 자금 조달 수단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160엔→157엔…외환개입 경계에 엔화 선매수
엔화가 지난 한 달간 이어진 약세 흐름을 뒤집고 급등했습니다.
엔화는 3일 한때 달러당 157.01엔까지 1.1% 상승했습니다. 전날 뉴욕 거래시간에도 비슷한 폭으로 오른 데 이어 강세가 이어졌습니다. 최근까지 달러당 160엔 근처에서 움직였던 달러·엔 환율이 157엔 수준까지 하락한 것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엔화는 점진적인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24시간 사이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과 미국 정부가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 투자국입니다. 6월 말 기준 약 1조1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일본 정부로서는 외환시장에 개입할 필요성이 커집니다.
문제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려면 달러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마련할 경우 미 국채시장에는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미·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개입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 움직임은 실제 개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개입 가능성' 자체가 투자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국이 개입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먼저 엔화를 매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18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BOJ 내부에서도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카타 하지메 BOJ 정책위원은 2일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인 속도를 넘어 두 차례 회의에서 잇따라 금리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BOJ가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강화했습니다. 일본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엔화에는 강세 요인이 됩니다.
투자자들은 일본의 실버위크 연휴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에도 긴 연휴를 이용해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BOJ의 9월 18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시작되는 실버위크 기간에 일본 정부가 같은 전략을 다시 사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외환시장 거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래가 적을 때 당국이 개입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 정부도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필요할 경우 다시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BOJ가 통화정책을 통해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미 재무부도 일본의 '단호한 시장 및 통화정책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미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이 반복되는 것보다 일본이 금리를 올려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을 완화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BOJ가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올리는 것 역시 부담입니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훨씬 웃돕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신규 국채뿐 아니라 만기가 돌아와 다시 발행해야 하는 국채의 이자비용도 점차 증가합니다.
일본 경제 자체에도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금리가 함께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BOJ가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엔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되는 상황은 부담입니다.
여기에 Fed가 9월 금리를 인상하면 BOJ의 금리 인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Fed가 매파적인 정책을 유지하면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베선트 장관 입장에서는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앞으로 어떤 통화정책 경로를 선택할지가 미·일 환율과 국채시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5. 9월 증시 변동성 커지나…월가가 찾은 '네거티브 베타' 115개
9월 들어 미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월가에서는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특히 '네거티브 베타(Negative Beta)' 종목을 활용하면 증시가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의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높은 국채금리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뒤 2일 반등했습니다.
줄리언 이매뉴얼이 이끄는 에버코어 ISI 전략가들은 금리와 지정학적 위험, 미국 중간선거 등이 9월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네거티브 베타 종목을 매수하면 장기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베타(Beta)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전체 시장과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베타가 1인 종목은 시장과 대체로 같은 방향과 비슷한 폭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S&P500이 1% 오를 때 해당 종목도 약 1% 오르는 식입니다.
반면 네거티브 베타는 베타가 0보다 작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주식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종목입니다.
베타가 -1이라면 시장이 1% 하락할 때 해당 종목은 통계적으로 약 1%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상승하면 해당 종목이 하락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물론 매일 정확하게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거 일정 기간의 주가 움직임을 통계적으로 계산했을 때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네거티브 베타 종목은 증시 급락이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일종의 완충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최근 6개월간 일일 주가 움직임이 S&P500과 반대 방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던 종목을 선별했습니다.
9월 기준 네거티브 베타 종목은 모두 115개였습니다. 8월의 121개보다 다소 줄었습니다.
에버코어는 이 가운데 네거티브 베타 성향이 가장 강한 20개 종목을 다시 추렸습니다.
상위 20개 가운데 약 70%가 금융·유틸리티·필수소비재·에너지 업종에 속했습니다. 기술주처럼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경기와 증시 변동에 방어적인 업종들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에버코어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에너지주입니다.
중동 분쟁이나 원유 공급 차질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전체 증시는 불확실성으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제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목이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입니다.
옥시덴털의 최근 6개월 베타는 -1.23으로 에버코어가 선정한 20개 종목 가운데 네 번째로 낮았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옥시덴털 주가가 S&P500과 상당히 강한 역방향 움직임을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에버코어의 스티븐 리처드슨 애널리스트는 옥시덴털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옥시덴털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계속사업 기준 운전자본 변동 전 잉여현금흐름이 3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회사는 2분기에 부채도 19억달러 줄여 118억달러까지 낮췄습니다.
또 다른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의 최근 6개월 베타는 -0.90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처드슨 애널리스트는 셰브론에도 아웃퍼폼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셰브론은 2일 향후 5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70억달러를 투자해 원유 생산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하루 약 28만배럴인 생산량을 2031년까지 하루 60만배럴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에너지주만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에버코어가 선정한 네거티브 베타 종목에는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KR)와 담배회사 알트리아 등 대표적인 필수소비재 기업들도 포함됐습니다.
필수소비재는 경기 상황이 나빠져도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어려운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경기 방어적인 업종으로 평가됩니다.
6. 미국·캐나다 보관 금 86톤 런던으로…중앙은행 금 전략 변화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이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해 미국과 캐나다에 보관하던 금 약 86t을 영국 런던으로 이전했습니다.중앙은행들이 금을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자산이 아니라 금융·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한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관리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DNB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뉴욕과 오타와에 보관하던 금 가운데 4분의 1을 조금 넘는 물량을 런던으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이전된 금은 현재 영란은행에 보관돼 있습니다.
DNB가 금을 런던으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입니다.
영란은행에 보관되는 금은 국제 거래 기준을 충족해 세계 금시장에서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에 보관된 금은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런던에 있는 금만큼 빠르고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DNB의 설명입니다.
올라프 슬레이펜 DNB 총재는 이번 이전을 통해 금 보유고의 거래 가능성을 높였다며 실제로 금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회복력과 위기 대비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목할 점은 네덜란드가 달러 등 다른 외환보유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금의 유동성을 별도로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러와 미 국채는 평상시 국제결제나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준비자산입니다. 하지만 금은 이와 성격이 다릅니다.
미 국채는 미국 정부의 부채이고 은행 예금은 해당 금융기관의 부채입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발행자나 금융기관의 상환 능력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반면 실물 금은 누군가의 부채가 아닙니다.
특정 국가나 금융기관이 돈을 갚아야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환 능력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는 극단적인 위기에서도 금이 ‘최후의 준비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최근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금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단순히 금 가격 상승에 대비해 보유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형태로 금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조치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금을 추가로 매입한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금을 위기 때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재배치했습니다.
과거 금은 외환보유액의 가치를 보존하고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험을 헤지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전략적 준비자산으로서의 역할까지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미국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금을 본국으로 가져오는 이른바 '금 본국 송환'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네덜란드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던 금을 자국으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금 거래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런던으로 옮겼습니다.
이번 이전 이후 네덜란드의 금 보유고는 런던 32.1%, 네덜란드 자이스트 30.8%, 뉴욕 18.5%, 오타와 18.5%로 분산됐습니다. 한 국가나 지역에 금을 집중하기보다 보관 지역을 분산하면서 동시에 거래 편의성을 높인 것입니다.
네덜란드만의 움직임도 아닙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하던 금 129톤을 유럽에서 매입한 금으로 대체했습니다.
다만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당시 이 같은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금 가격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최근 12개월 동안 약 25% 상승해 온스당 44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과 이란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어디에, 어떤 형태로 보관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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