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1만4359달러였다. 최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t당 1만4527.5달러와 불과 1% 차이다. 1년 새 45% 이상 올랐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앞두고 구리가 미국으로 몰린 데다 광산·제련소 공급 차질까지 겹친 영향이다.

구리값 상승은 전선 판매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선은 원가에서 전기동과 알루미늄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한다. LS전선의 올 상반기 국내 전기동 평균 매입가는 t당 2000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상승했다. 이 기간 전선 중간재인 나동선 내수 판매가격은 t당 1453만7000원에서 2110만8000원으로 45.2% 뛰었다.
구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30년 약 945TWh로 2024년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S&P글로벌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전기차 등의 수요 증가로 세계 구리 소비가 2025년 약 2800만t에서 2040년 4200만t으로 5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광산 투자가 따라가지 못하면 2040년 공급 부족분이 연간 1000만t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발주처도 계약가격 조정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전선업체가 요청한 물가 변동분 26건을 검토해 계약금액을 총 140억원 늘렸다. 원자재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전선의 납기도 30일 연장했다. 원자재 급등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 구축 일정까지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구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전선업체를 넘어 건설·전기공사 등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전선업체뿐 아니라 수요 산업 전반의 설비 투자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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