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생활은 회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업장을 벗어나면 회사 구성원이 아니라 독립적 개인으로서의 사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사생활 영역에서 비위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가령 근로자의 불륜이 드러나 배우자가 회사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드라마에선 ‘회사 망신’을 이유로 해고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내가 회사에 피해를 준 것이 없는데 왜 회사를 떠나야 하느냐”고.업무적으로 인사·노무 관련 이슈를 주로 다루다 보니 불륜, 도박, 음주운전처럼 사생활 영역에서 일어난 비위행위를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해야 할 때가 있다. 회사는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근로자는 업무와 무관한데 회사가 사생활까지 재단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라고 맞선다.
원칙적으로는 근로계약과 무관한 개인 영역에 속하는 게 맞다. 다만 사생활에서의 비행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회사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면 정당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고, 법원 역시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징계권을 쓰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생활에서의 비행은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되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 반드시 구체적인 업무 저해의 결과나 거래상 불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해 해당 비위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면 된다.
판례를 살펴보면 근로자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수시로 한 경우 위법 행위긴 하지만 사업장 밖에서 이뤄졌고 별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바도 없어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비해 관리자가 소속 부하직원과 불륜 관계라는 점을 배우자가 게시판에 공개해 해고에 이른 경우에는 징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해당 근로자는 “개인의 부정행위는 사생활 영역이므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행위가 근무시간에도 이뤄졌다는 점, 그 자체가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점, 동료직원과의 부정행위는 단순히 사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장질서 문란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음주운전 역시 근로자가 운전 업무가 필수적인 운전기사 또는 영업직 사원인지, 이 행위가 언론 보도 등으로 회사에 직접 악영향을 미쳤는지, 형사처벌 등 사유로 근로 제공 이행 자체가 불가능한 사정인지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는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지킬 정당한 사유가 있지만, 이를 명분으로 근로자 사생활의 도덕적 판단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생활 비위행위가 순수하게 사적 영역에 머물러 회사 업무와 신용, 명예, 조직질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애초에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 반면 해당 행위가 사업활동과 직접 관련되거나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위험을 낳았다면 징계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구체적인 징계 처분 수위는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친 영향의 정도, 과거 근무태도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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