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선율을 타고 흐르는 발레극이 유독 반가운 계절이다. 올가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남다른 발레 세 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차이콥스키의 웅장하고 화려한 선율이 무대를 채우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유니버설발레단), 아돌프 아당의 애잔한 음악과 함께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를 그리는 ‘지젤’(국립발레단), 쇼팽의 피아노 선율을 타고 비극적 사랑의 서사를 펼쳐내는 ‘카멜리아 레이디’(국립발레단)다. 무용수의 몸짓 못지않게 음악에도 귀 기울여볼 만하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극에 화려한 색을 입힌다. 관현악 선율이 극 전체를 이끌고, 무용수들의 정교한 테크닉과 화려한 군무가 선율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주인공 오로라 공주의 생일을 축하연과 결혼식 장면에서는 클래식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과 대규모 군무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어우러지며 시청각적 쾌감을 끌어올린다.
원작은 프롤로그와 3막을 더한 4막 구성의 방대한 작품이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를 3막으로, 2시간 반 분량으로 압축해 밀도를 높였다. 반주는 지휘자 지중배와 한경arte필하모닉이 맡는다.
2막은 듣는 재미가 각별하다. 작곡가 아당은 1막의 밝고 목가적인 음악과 달리 2막에서 단조와 불안정한 화성, 섬세한 현악의 음색을 활용해 윌리들(유령들)이 지배하는 비현실적이고 서늘한 세계를 그려낸다. 달빛 아래 흰색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군무가 반복되는 동안 음악은 아름다움과 불안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2막에서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지키기 위해 추는 춤은 작품의 비극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순간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용서라는 작품의 주제가 깊어진다.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르그리트와 젊은 아르망의 사랑을 중심으로 열정과 갈등, 오해와 이별, 비극적 죽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펼친다. 화려한 군무보다 두 주인공의 내면과 관계에 집중하는 작품으로, 무용수들은 표정과 몸짓, 정교한 파드되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2번과 발라드 1번 등 시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쇼팽의 선율이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아르망이 바닥에 여러 번 엎어지는 장면에서는 격정적 음악으로 인해 그 모습이 더 처절하게 보인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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