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깎아주면 살게요"…'마의 15억'에 영끌족 한숨 [시장톡]

입력 2026-09-09 13:30   수정 2026-09-09 15:45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15억원'이라는 숫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달라지고 있어서입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15억원을 넘고 25억원 이하라면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듭니다. 집값이 15억원을 조금만 넘어도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2억원 줄어드는 것입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5억원이라는 숫자가 낯설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초고가 아파트'로 규정하고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규제 강도는 다릅니다. 2019년에는 15억원을 넘으면 주택구입용 주담대 자체가 막혔습니다. 지금은 15억원을 넘어도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5억원이라는 가격선이 시장에서 중요한 경계로 작용한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라면 15억원을 넘는 순간 필요한 자기자본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7년 전에는 15억원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고가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지금은 서울 곳곳에서 15억원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선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초고가 주택'을 구분하던 숫자가 지금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가능 여부를 가르는 가격선이 된 셈입니다.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최근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KB국민은행에서 제출받은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서울 25개 자치구별 시세 상위 5개 단지, 총 125개 단지의 전용면적 84㎡(34평형)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종부세 과세 단지가 있는 지역은 19개구였습니다. 서울 집값이 최근 1년과 같은 연 11% 상승률을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는 비거주 기준 22개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강북·금천·도봉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서울 전역에서 종부세 대상 단지가 나오는 것입니다.

현재 종부세를 내지 않는 47개 단지 가운데 23곳도 새롭게 과세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강서·관악·구로·은평구에서 각각 4곳, 성북구 3곳, 종로구 2곳, 노원·중랑구에서 각각 1곳이 추가됩니다. 물론 집값이 매년 11% 오른다는 가정에 따른 시뮬레이션인 만큼 실제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 일부 고가주택에 주로 해당한다고 여겨지던 가격과 세금의 경계가 집값 상승에 따라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입니다.


대출 규제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민감하게 다가옵니다. 주택 구매 과정에서 대출을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보면 지역별 차이가 상당합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40.42%로 관련 통계상 가장 낮았습니다. 강남구는 19.69%, 서초구는 20.29%, 송파구는 23.57%에 그쳤습니다.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 3구에서는 금융권 대출 활용도가 20% 안팎인 것입니다.

반면 노원구는 53.31%, 도봉구는 52.27%, 강북구는 55.39%였습니다. 관악구도 53.54%, 은평구는 48.02%였습니다.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주택을 살 때 금융권 대출을 활용하는 정도가 강남 3구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대출 규제를 적용해도 보유 현금이 많은 수요자와 대출을 끌어와야 집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가 받는 충격은 같기 어렵습니다.

최근 15억원 안팎 아파트가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수요자라면 15억1000만원짜리 집보다 14억9000만원짜리 집을 선택할 유인이 큽니다. 불과 2000만원의 집값 차이로 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억원 아래에서 집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 기존 12억~13억원대 아파트가 14억원대로 올라붙는 '문턱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이미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상황에서 ‘15억원’이라는 기준선은 실수요자가 체감하기에 달라질 수 밖엔 없다"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막을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특정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급격하게 달라지면 결국 특정 지역에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