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가객' 안치환이 무거운 메시지를 잠시 내려놓고, 일상의 행복과 소중함을 노래한다. 아티스트로 살아온 지난 4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삶에 대한 다양한 감상과 생각을 노래에 녹였다.
안치환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안치환은 연세대 재학 시절 노래패 '울림터'를 시작으로 1986년 노래모임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거쳐 1989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광야에서' '내가 만일' '바람의 영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철의 노동자' '오월의 노래' 등 수많은 명곡을 보유한 그는 386세대를 대변하는 민중가수로 꼽힌다.
안치환의 음악은 시대를 노래하며 서정성과 저항성을 겸비한 한국형 포크록을 완성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규 4집은 1998년, 2007년, 2018년 세 차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됐으며, 5집 수록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며 '국민송'으로 자리매김했다.
꾸준히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곡을 내왔던 그는 이번 정규 15집을 통해서는 소소한 삶의 행복과 소중함을 노래한다. 이날 발매된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는 라틴어 표현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영어로 번역한 표현으로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안치환은 거대한 담론 대신 하루하루 쌓여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찬사를 녹여냈다.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를 비롯해 '티비리모컨',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어', '생일 축하합니다', '동주와 지용 in kyoto', '이방인의 밤', '거울 속의 나', '꿈을 접었네', '봄길', '이 감덩어리가', '엄마 이별', '꽃잎이 떨어지면', '먼 훗날엔 모두 다 잊혀지겠지', '메멘토 모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까지 총 15곡이 담겼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14집 '인간계' 이후 11개월 만의 새 앨범. 안치환은 "14집의 곡들은 시대성이 있고, 메시지가 강한 노래들이었다. 내란을 겪은 시기에 만든 노래들이라 그랬다"면서 "이번에는 내면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를 즐겨라'라고 말하는, 지금의 소중함을 담은 노래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조금씩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한 접근이 노래로 쭉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는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가 선물한 곡이다. 안치환은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을 사랑한다. 다 귀중하다"면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었지만 노래 자체가 좋으면 알리고 싶다.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보가 삶을 조명하는 앨범인 만큼, 이날 안치환은 자기 인생에 영향을 준 사건으로 김광석의 죽음과 직장암 투병을 꼽기도 했다.
먼저 김광석의 죽음을 언급하며 "함께 공연도 많이 했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죽었을 때 너무 많이 후회했다. 조금 더 가까이 옆에 있었을 걸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직장암 투병을 거치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세상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싶더라"고 했다.
힘들었던 경험으로는 2022년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을 발표했던 때를 떠올렸다. 안치환이 직접 작사·작곡했던 해당 곡은 공개 이후 노랫말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안치환은 "유튜브를 한창 시작했을 때다. 그건 순수한 세상에 대한 제 외침이었는데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다가오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은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앞으로는 세상과 거리를 좀 둬서…"라면서 "연예인들은 세상에 근접해야겠지만, 아티스트는 세상과 거리를 좀 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세상은 너무 노골적이고, 누구나 다 표현의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세상에서는 좀 그래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오는 18, 19일에는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단독 콘서트도 연다. 안치환은 '나는 오늘만 산다'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면서 "전 노래의 힘만을 믿고 제 갈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연예인 만큼 나르시시스트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쁘게 얘기하면 '관종'이고, 좋게 얘기하면 나르시시스트인데요. 정직한 나르시시스트가 바로 아티스트입니다. 절대 그 침로를 벗어나지 않는 항해자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의 덕목이죠. 내가 하고자 하는 길에 어떤 센 바람이 불고, 조류가 밀려오더라도 내 길을 항해하는 마음. 전 그런 면에 있어서 절대 항로를 변경하지 않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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