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시력만 돌아온다면…' 4억달러 투자한 억만장자

입력 2026-09-08 21:00   수정 2026-09-14 15:19

미국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사진)이 뇌출혈로 시력을 잃은 딸 루시 애크먼(26)에게 세계 최초로 안구 미토콘드리아 이식 치료를 받게 하고 있다. 딸의 투병을 계기로 애크먼은 뇌 건강과 재활 및 치료법을 연구하는 기관도 설립한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루시는 지난 2월 혼자 살던 미국 뉴욕 아파트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하거나 앞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애크먼은 세계 각지 의료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했고, 의료진은 루시 다리 근육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추출해 눈에 주입하는 실험적 치료를 시도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영양분을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세포기관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 재생과 회복을 돕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다른 부위에 이식한 사례는 2017년 처음 보고됐지만 눈에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의료진은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 임상시험용 신약 사용 허가를 받았다.

초기에는 루시가 빛을 감지하는 능력을 되찾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한 달가량 지나며 치료 효과가 약해졌다. 애크먼은 “미토콘드리아에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며 “의료진이 미토콘드리아를 눈에 더 자주 주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언젠가 완전히 회복해 정상적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딸의 투병은 애크먼의 사회공헌 활동 방향도 바꿨다. 그는 4억달러(약 5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뇌와 재활, 신체 회복, 인간 능력 향상 등을 위한 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연구소 이사진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저명한 신경과학자,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영입했다. 이 연구소는 논문 실적보다 환자 치료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예정이다.

애크먼 외에도 미국 억만장자들은 장수 연구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를 지원한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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