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맥주 분쟁 합의를 계기로 중소·중견 기업 기술 탈취 방지책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기술 협력을 하려면 사전에 핵심 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사무관은 8일 “분쟁 사례를 보면 계약서에 ‘기술자료를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포괄적인 문구만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소기업은 회사의 고유 기술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침해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NDA를 체결할 때 민감한 자료의 열람, 보관, 반환, 폐기 등 구체적인 조건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며 “누가, 언제, 어떤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해두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차 사무관은 지난 4월 곰표 밀맥주 분쟁 당사자인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상대방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하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양측 갈등은 정부 중재로 3년 만에 봉합됐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분쟁 해결이 쉽지 않은 현실도 알려준다.
세븐브로이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박정섭 법무법인 광장 수석전문위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등에 기술 자료를 제공할 때 ‘컨피덴셜 마크(비밀 인증)’를 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밀 인증 표시만으로도 해당 자료가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고 내부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기술의 개발과 관리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기술 개발 성과와 개발 업무 일지를 꾸준히 작성해야 한다”며 “기술 개발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손쉽게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차 사무관은 “기술 침해를 인지했다면 혼자 대응하기보다 정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베끼거나 빼돌린 기업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을 침해한 기업에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연내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기술을 탈취 당한 중소기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연구개발(R&D) 비용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오는 2028년 2월부터는 기술을 침해당한 기업의 피해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가 시행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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