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후 6시께 경기 화성 동탄구 청계동.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버스가 1분에 한 대꼴로 직장인을 내려준다. 젊은 부부가 나란히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반도체 직장인끼리 가정을 꾸리는 ‘반도체 맞벌이’가 늘면서다.
서울 강동구와 맞닿아 있고 경기 이천 사업장으로 출퇴근하기 수월해 SK하이닉스 직원이 모여 사는 하남 미사강변센트럴자이도 비슷하다. 이곳에 거주하는 직원 정모씨는 “셔틀에서 내려 손잡고 들어가는 신혼부부를 종종 본다”며 “예전보다 사내부부가 확실히 많아진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직장과 생활권이 모두 겹치는 경기 남부에 모여 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직원 사이에서 ‘동질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억대 연봉을 받는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는 반도체 맞벌이 부부가 새로운 고소득 가구로 떠오르고 있다.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초혼 신혼부부 맞벌이 가구의 평균 연소득은 9388만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의 1인 평균 연봉은 각각 1억5800만원과 1억8500만원이다. 같은 회사 직원끼리 결혼했다고 가정하면 부부 연봉만 3억원을 훌쩍 넘으며 수억원대 성과급이 붙으면 2~3년간 벌어들이는 소득은 십수억원으로 가파르게 뛴다.
회사 안에서는 사내부부를 두고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주변 사내부부들이 ‘3년만 바짝 벌어서 경기 분당이나 서울 잠실로 점프하려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외벌이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소득이 합쳐지면서 자산을 불리는 속도도 빨라진다. 당장 집을 매매하기보다 동탄 등 직장 근처에서 전·월세로 살며 현금을 모은 뒤 2~3년 안에 서울, 분당 등 상급지 급매를 노리는 부부가 적지 않다. 당분간 집값 상승률보다 반도체 맞벌이 부부의 자산 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회사 지원도 주택 구매력을 키운다. 삼성전자 직원은 이달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 구입에 최대 5억원의 사내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결혼시장에서도 직업과 소득이 비슷한 상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혼정보회사 가연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우연수/최영총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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