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산업 탄소중립 먼 길 아냐...저탄소 공연 가이드라인 정책방향 논의

입력 2026-09-08 18:28   수정 2026-09-08 18:32

공연산업 탄소중립 먼 길 아냐...저탄소 공연 가이드라인 정책방향 논의



"저탄소 공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업에 대한 특성을 잘 고려한다면 반영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한문규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

공연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민관산학 협의체가 출범했다. 개별 기업과 공연 현장에서 이어진 친환경 실천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공통 기준과 지원체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8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출범식과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후원하고, 국회 문체위 이정문 간사 등 소속 국회의원들과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케이팝포플래닛,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국회·정부·공연·행사 산업계·학계·시민사회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공연산업의 탄소중립 기준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세종 이지은 선임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 기후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흐름에도 투자자와 공급망, 글로벌 파트너사의 환경정보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그는 해외 투어와 국제 협업이 활발한 케이 콘텐츠 산업에서 탄소배출 측정⋅보고 역량은 시장 접근과 협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탄소중립을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산업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드플레이가 이전 투어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영국 샴발라 페스티벌이 현장 재생전력 100% 운영을 실현하는 등 해외 공연산업의 전환 사례도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YG와 SM 등이 공연 탄소 배출량 측정에 나서는 긍정적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중소 사업자와 다양한 공연·행사로 확산할 수 있는 공통 기준과 지원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

이지은 선임연구위원은 “케이팝의 저탄소 전환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필요한 것은 선도 기업의 실험을 산업 전체가 선택할 수 있는 운영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공통 산정기준과 측정체계를 마련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정책토론에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김유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미디어산업실 콘텐츠미디어산업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면, 문제제기에 대한 현황파악이 우선적으로 돼야 한다. 23-24년 콘텐츠 전분야에 대해서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탄소배출계산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음원 제작, 공연 행사 부문 등으로 나눠서 현재 탄소배출계산기를 만드는 시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데이터를 통해서 산업의 현황이나 문제점 등을 알아보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와 감축 수준 정도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러한 실태를 바탕으로, 내년에 가이드라인을 업계와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강훈 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 팀장은 "저탄소 중립 전환이라는게 개별 기업이 담당하기엔 어려운 문제"라며 "23년부터 처음에는 콘텐츠 전반에 대한 가이드북, 24년도에 탄소 배출 계산기 연구(방송분야), 작년에 공연과 행사 분야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올해 얼마 전부터 엔터테인먼트 3대 기획사 (SM, 하이브, JYP)랑 같이 베타테스트 시범 측정 진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효진 내일의쓰임 대표는 블랙핑크 등 케이팝 콘서트의 탄소배출량 측정 경험을 소개했다. 관객 이동을 측정하기 위해 참여형 탄소계산기를 운영했지만 예매처와 주최 측의 관객 고지 채널에 접근하기 어려워 참여율이 10% 미만에 그쳤고, 무대·조명·음향·영상·특수효과 등 협력사와 공연장 시설의 데이터 역시 제공 의무가 없어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늘보다 내일의 선택지를 늘리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데 이번 자리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배 한국체육산업개발 팀장은 "대형 공연장의 계측과 관련해 아직 별도의 요청을 받은 적은 없지만, 배너나 현수막의 폐기물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전환하거나,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시설 평가에서 ESG 가점을 받기 위해 공연기획사 측에서 이런 요건에 관심을 가지는 움직임은 있다"고 말했다.

김강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 이사는 최근 2PM 콘서트에서 탄소발자국 산정을 위해 전기, 난방, 용수, 도시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요청받는 등 업계의 측정⋅관리 움직임이 실제로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연장마다 시설 구조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달라 특정 공연의 에너지 사용량을 분리하기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측정 범위를 확대하고 계측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이사는 "탄소중립 공연을 위해서는 관객이 공연장까지 어떻게 이동하는가도 중요"라며 "탄소중립 콘서트를 위해 매 공연마다 셔틀버스를 자체 비용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공연장업 자체가 높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민간공연장에 일괄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산정기준 표준화가 중요하고, 세제혜택이나 지원금, 정책인센티브를 동원하는 등 친환경적인 방식에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전문검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의 이동규 기후환경센터장은 공연 특성상 세트장이 지어졌다 사라지는 과정에서 사전 준비·실행·사후 정리 단계별 체크리스트와 데이터 수집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2008년 ‘저탄소형 녹색행사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계승하되 글로벌 기준을 반영, 해외 투어와 글로벌 파트너십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영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실효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사례가 각각 다를 것"이라며 우려하고 "공연장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 시설 설비를 탄소중립 설비로 바꿀지를 고민하여 공연기획사들이 그걸 이용했을 때 탄소중립이 되게끔 하는것이 현명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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