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엔화 강세가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일으켜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우려가 주식시장의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엔화 투기적 포지션 규모도 2024년 8월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 당시의 절반에 불과해 급격한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OJ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했다. 금융시장에선 BOJ가 9월과 12월 회의에서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말 달러당 164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154엔 아래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높아져, 더 적은 엔화를 주고도 달러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엔화 가치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지면, 엔화 표시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한 글로벌 경제주체들은 빚을 갚을 유인이 커진다. 엔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빚을 갚는 데 써야 할 달러의 양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보유한 자산을 급하게 처분해 받은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엔화 가치는 더욱 치솟고 나머지 자산 가격은 곤두박질치는 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자산시장에 충격을 주는 메커니즘이다.
실제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충격이 발생한 2024년 8월5일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12.4% 폭락했다. 보유한 일본 주식을 팔아 엔화 현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날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8.77%와 11.30% 빠졌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은 이번 국면이 2024년 8월의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시장의 사전 반영 여부'가 꼽혔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4년 7월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직전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59%에 불과해 실제 인상이 시장에 기습적인 충격으로 작용했다”면서 “반면 현재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시장에 반영된 9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확률은 100%에 달해, 실제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는 기존 기대치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의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이 크게 축소된 점도 청산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기준 엔화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7월 31일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공동 매수 개입 등을 거치며 2024년 7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대규모 숏커버(환매수)와 숏스퀴즈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해외 위험자산을 강제 매도해야 했던 과거와 비교해 수급상 매도 압력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축소 속도가 완만하다는 점 역시 캐리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낮추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김 연구원은 “2024년 7월에는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과 미국의 고용 부진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미·일 2년물 국채 금리차가 3개월 만에 약 1%포인트(p)가 축소돼 청산을 촉발했다”면서 “반면 현재는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동시에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60%에 달해 양국 모두 긴축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한 금리 격차 축소와 환율 변동에서 촉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일 금리차의 완만한 흐름 속에서 시장 변동성이 통제 불능으로 치솟거나 미국 주식을 비롯한 글로벌 위험자산의 대규모 투매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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