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인 술보다 은은하고 화려한 풍미를 찾는 분들, 특히 섬세한 피노 누아 와인을 즐기는 은퇴 세대 애호가들에게 제격입니다."
9일 서울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34층 스위트룸. 국내 바텐더 업계를 대표하는 김용주 앨리스 청담 대표가 짙은 구릿빛 액체가 담긴 글렌캐런 글라스를 들어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명가 '더 글렌드로낙(The GlenDronach)'의 설립 200주년 기념 신제품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다.
이번 신제품은 1826년 설립자 제임스 알라다이스가 살았던 저택 이름을 딴 200주년 기념작이다. 한국브라운포맨이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을 행사 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증류소의 태생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설립자 제임스 알라다이스는 보인스밀 하우스에 사람들을 초대해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술을 대접하며 증류소 역사를 열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 역시 200년 전 손님을 맞이하던 설립자의 환대 정신을 빌려와 응접실 형태로 차려졌다.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은 14년 숙성 제품이지만 코어 라인업인 15년보다 높은 18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산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 캐스크에 원액을 숙성한 뒤, 프랑스 보르도 레드 와인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을 거쳐 복합미를 더했다. 국내에는 3000병만 유통되며 한정 수량이 소진되면 추가 생산되지 않는다.
글렌드로낙 특유의 개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글렌드로낙은 묵직한 구조감의 하이랜드와 우아한 풍미의 스페이사이드 경계에 맞닿아 있어 원액 자체에 남성적이면서도 화려한 성격이 공존한다"며 "미국산 오크보다 조직이 단단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스페인산 참나무 캐스크를 200년간 고집해 특유의 깊은 타닌과 스파이시한 풍미를 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렌드로낙은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에 숙성하며, 특유의 색소폰 모양 구리 단식 증류기를 거쳐 진한 베리와 오렌지, 가죽, 초콜릿 향을 완성한다.

테이스팅 세션에서는 시그니처인 12년부터 15년, 18년,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까지 4종이 올랐다. 현장에서는 코어 라인업 중 15년의 대중적 인기도 함께 언급됐다. 김 대표는 "바를 운영하며 손님들을 만나보면 특유의 균형감이 좋아 가장 많이 찾으시는 제품이 15년"이라며 "단맛과 고소함의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00% 올로로소 숙성의 묵직한 18년과 비교해도 접근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은 기존 셰리 라인업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잔을 흔들자 꼬냑을 연상케 하는 붉은 과실 향과 보르도 와인 캐스크 특유의 타닌감이 감돌며, 46.8도의 알코올 도수가 벨벳 같은 초콜릿 카라멜 풍미를 탄탄하게 받쳤다. 김 대표는 "위스키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다 경험해볼 만한 한정판"이라며 "맛으로만 보면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화려하고 재미있는 풍미를 선호하는 분들이 특히 좋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렌드로낙의 풍미 뒤에는 여성 최초로 위스키 매거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마스터 블렌더 레이첼 배리의 정교한 블렌딩이 자리한다. 한국브라운포맨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스터 블렌더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고 직관적인 셰리 맛에 머물렀다면, 2017년 합류한 레이첼 배리는 정교한 블렌딩을 통해 위스키의 안정성과 밸런스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역시 "기존 셰리 캐릭터를 지키면서도 밝은 베리 향부터 피니시의 스파이시함까지 맛의 레이어가 한층 다채롭고 화려해졌다"고 짚었다.
최근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 신생 위스키들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스카치 위스키가 지닌 가치에 대해 김 대표는 "신흥 위스키들이 독창성과 정밀한 통제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200년간 캐스크 숙성 노하우를 쌓아 올린 시간의 아카이빙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짚었다. 브라운포맨 관계자 역시 "스코틀랜드 특유의 서늘하고 습한 기후 속에서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되는 고숙성 위스키의 안정성과 깊이는 스카치 위스키만이 지닌 대체 불가능한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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