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굴리는 미래대응기금, 연 4% 수익낼 수 있을까

입력 2026-09-09 17:55   수정 2026-09-10 02:10

내년 100조원이 넘는 여윳돈을 굴리게 될 미래대응기금이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제 수십조원을 꺼내 써야 할지 모르는 기금 특성상 주식, 사모펀드 등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위험자산에 돈을 묶어두기 어려워서다. 운용 수익률이 국고채 조달금리를 밑돌면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을 운용·관리하는 과 단위 조직 신설과 함께 기금 운용 방식 및 지침을 설계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내년 미래대응기금 수입은 162조3000억원이다. 이 중 청년, 미래 성장, 지방, 교육·인재 등 사업비를 쓰고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면 ‘104조4000억원+α’가 여유 자금으로 남는다. 예산처는 이를 채권과 주식 등으로 운용해 국고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률 벤치마크를 3년 만기 국고채로 할지 3~10년 만기 금리를 종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를 목표 수익률 기준으로 삼는 것은 미래대응기금이 여윳돈으로 국채를 상환하지 않고 조성하는 기금이기 때문이다. 국채를 줄이면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기금이 국고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 재정적으로 이득이다. 예컨대 국고채 발행금리가 연 4.0%인데 100조원의 기금을 굴려 연 3.5% 수익률을 기록하면 연간 5000억원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위탁 운용 수수료와 거래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시장에서는 미래대응기금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연기금과 달리 위험·장기 투자 자산 비중을 늘리기 힘들어서다. 청년미래적금, 혼인·출산·양육 지원 등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세수 결손 때 여유 자금을 꺼내 쓰는 ‘재정안정화’ 기능도 맡는다.

한 운용 전문가는 “언제 얼마큼 돈을 꺼내 써야 할지 불확실한 자금은 사모펀드나 벤처투자 등 장기·위험자산에 돈을 많이 넣을 수 없다”며 “안정성과 유동성을 위해 단기 국고채나 머니마켓펀드(MMF) 위주로 굴려서는 연 4% 안팎인 국고채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이 여윳돈으로 국채 상환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고채로 마련한 현금을 쌓아놓고 여윳돈을 금융 자산에 투자해 국고채 이자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빚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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