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예멘 통일 이후 시작된 갈등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친(親)이란 후티반군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치달으면서다. 수차례 전쟁과 휴전을 반복하던 양측이 이번에는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후티반군 배후인 이란의 운명과 사우디의 원유 수출 생명선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는 각오다. 사우디 전투기는 후티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의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을 보복 공습했다.
지난 3일 후티반군의 공습으로 사우디와 후티반군 간 교전이 시작된 뒤 양측 공방전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 유전 정유 시설과 공항을 보호하고 원유 수출의 생명선과 같은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 통제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자국을 방어하고 이익을 보호하며 형제국 예멘의 안전과 안정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반군은 7월 자신이 장악한 사나국제공항 공습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고 사우디에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예멘 정부군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7월에도 정부군은 후티반군이 장악한 사나공항 활주로를 공습했다. 정부군은 “이란 항공기 착륙과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후티반군도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예멘 중부 마리브와 동부 하드라마우트에 있는 정부군 기지를 공격했다.
공개된 군사력만 보면 사우디가 후티반군을 크게 압도한다. 사우디군은 20만 명 이상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200대 이상의 F-15 계열 전투기 등 공중 전력도 막강하다. 후티반군은 정규군과 동원병이 혼합돼 있고 1000개 미만의 드론과 일부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가 후티반군을 쉽게 제압하지 못하는 건 후티반군이 미사일, 드론 발사대 등을 이동식 차량에 실은 뒤 벌이는 게릴라전에 능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후티반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영향도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후티반군은 여러 면에서 이란의 대리인이자 대리 세력”이라며 “이번 사태의 일부 배후에 분명히 이란의 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후티반군 간 확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안드레아스 크리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사우디는 당분간 공습과 정보 지원, 예멘 정부군 증강 등 제한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우디 도시에 공격이 계속된다면 자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자지라는 “사우디가 수년간 추진한 후티반군과의 타협 정책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현실적인 군사 목표는 후티반군을 홍해 연안에서 밀어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이먼 메이번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사우디의 군사 목표가 후티반군을 완전히 격파하고 사나를 탈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현/김미리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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