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핀셋 증세'하는 각국…AI·방산 깎아주고 은행은 더 걷었다

입력 2026-09-09 17:47   수정 2026-09-10 02:40

세계 각국이 대규모 부채와 늘어나는 국방비를 감당하기 위해 은행산업에서 세금을 더 걷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첨단 제조업에는 세제 지원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전체의 법인세율을 내리거나 올리는 데서 벗어나 산업별로 차등화된 과세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세제 개편 2026’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5개국의 지난해 평균 법인세율은 21.2%였다. OECD는 “2000년(28.0%)보다 떨어졌지만 하락세는 멈췄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업종별 추가 과세와 세액공제가 늘고 있다. 은행산업이 대표적이다. 폴란드는 올해 상업은행 법인세율을 19%에서 30%로 높였다. “고물가의 수혜를 본 기업이 국민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는 은행, 금융중개기관의 지역생산활동세(IRAP) 법정세율을 4.65%에서 6.65%로, 보험사의 세율을 5.90%에서 7.90%로 인상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은행권에 특별부담금을 새로 부과했다. 관련 은행권의 부담액은 최대 30억셰켈(약 1조3296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이 세수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각종 지출 확대와 부채 증가가 있다. OECD는 지난해 회원국 전체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111%로 추정했다. 2019년보다 7%포인트 높다.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국채 이자와 고령화, 국방 등의 자금 수요를 지목하며 “세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예산안을 보면 국방비가 올해 822억유로(약 128조원)에서 내년 1090억유로(약 169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육성 대상 산업의 세금 부담은 줄이고 있다. 그리스는 방산, 차량, 항공기 제조업의 투자비에 100% 추가 비용 공제를 도입했다. 투자비의 두 배를 과세 소득에서 공제하는 구조다. 캐나다 퀘벡주는 기존 전자상거래업종 세액공제를 AI 기능을 결합한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 업종 직원 인건비의 30%에 해당하는 법인세 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제조업 투자 세액공제를 10%에서 15%로 높였다. 외국 기업도 요건을 충족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역시 지난 7월부터 고부가가치 설비 투자액의 7%를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기계, 장비, 건물 등 투자액의 20%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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