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CVO와 이씨는 대학 시절 만나 2001년 결혼했다. 이듬해 6월 서울 방배동의 오피스텔에서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지분율은 각각 70%(권 CVO), 30%로 정했고 이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2년 이씨는 대표직을 권 CVO에게 넘겼고, 2005년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는 1남1녀의 양육과 가사를 주로 담당했다.
창업 초기 히트작이 없어 고전하던 스마일게이트는 2008년 1인칭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흥행하며 살아났다. 2007년 8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가 대박을 터뜨리며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씨가 경영에서 물러난 뒤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된 만큼 권 CVO 측은 “게임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 등 권 CVO의 사업적 판단이 기업가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은 이혼과 함께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절반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재산 형성 기여도를 권 CVO 65%, 이씨 35%로 판단했다. 권 CVO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회사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면서도 이씨의 초기 지분과 대표·등기이사 경력, 원가족의 경제적 지원, 장기간 가사·양육을 기여로 인정했다. 혼인 파탄 책임은 양측에 대등하게 있다고 봐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권 CVO의 재산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이 대부분이다. 법원이 산정한 권 CVO의 재산 7조3375억원 가운데 주식이 7조1049억원으로 97%를 차지한다. 이씨 몫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려면 약 2조55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비상장사다. 재판부는 이를 감안해 전액 현금 분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에게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35%를 주고 부족분 650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권 CVO 주변에선 항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날 “창업주의 개인사여서 공식 입장은 없다”며 “회사는 종전과 다름없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CVO 변호인단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등 향후 절차를 의뢰인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권 CVO의 전체적인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지만 미묘한 긴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관 변경과 합병 등 특별결의 사항에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씨가 35%의 지분을 계속 들고 갈지,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김택진 엔씨 창업자의 전 배우자는 이혼 때 받은 엔씨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매각해 현금화했다. 일각에선 재산 분할이 확정돼 지분 구조가 정리되면 이혼소송 불확실성에 갇혔던 스마일게이트가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정훈/이인혁 기자 ajh632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