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에서 내년 지출하는 항목 가운데 약 22조원이 농어촌 기본소득과 광주전남 이관사무 지원 등과 같이 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 곳에 쓰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적립금으로 약 104조원을 쌓는 동시에 내년 국가채무 역시 106조원 늘리는 것으로 계획, 사실상 빚내서 기금을 쌓는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미래대응기금 관련 긴급토론회를 열어 정부가 내년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의 내년 지출 세부 항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박 의원실과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 중 약 45조4000억원이 편성된 140개 세부 사업 중 자본 형성, 인적자본 투자 등 미래대응기금 취지에 맞는 사업은 42%에 불과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과 동일하거나 현금성 지원 확대에 불과한 사업 규모가 21조7000억원에 달했다.
현금성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농어촌 기본소득 1조1658억원, 혼인지원금에 1663억원, 청년문화예술패스 7925억원 등이 투입되고 보건복지부 소관 현금 급여인 아동기본수당엔 2조9272억원이 투입된다. 일반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도 무더기로 기금 예산에 포함됐다. 전남광주 이관사무 지원 6500억원, 한국전력공사 출자 5000억원, 한국폴리텍대학 기관 운영비 지원 406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4대 과학기술원 운영비 8181억원도 기금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본예산 기준 1414조원인 국가채무가 미래대응기금 때문에 내년 1520조원으로 106조원 늘어나는 데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김 교수은 “정부 전체를 하나의 대차대조표로 보면 적자가 거의 없는 해에 채무가 106조원 늘어나는 이유는 미래대응기금 적립금”이라며 “세수가 크게 증가하는 좋은 재정 상황에서도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이번 예산안의 정책적 오류”라고 했다. 이어 그는 "노르웨이, 카타르 등의 예를 살펴보면 미래 세대를 위해서 아껴둔 돈이라는 뜻의 국부펀드, 미래기금을 운영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빚으로 만들어 놓고 아무 때나 인출하는 식이며, 이것은 제대로 된 미래기금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빚을 갚지 않으려면 이자 이상의 수익이 나야 하는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수익률(연 3.8%)은 너무 낮다"고 꼬집었다.
재정 지출 증가로 인해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재정을 이렇게 풀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며 "그 비용은 주로 가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지출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래대응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의 30%까지 행정부 재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반회계 세입 부족 보전을 위한 전출금은 30% 변경 제한마저 적용받지 않고 국회에 사후 보고만 하도록 예외를 뒀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는 "기금의 관리·운용 주체와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장을 모두 기획예산처 장관이 맡고 있고, 심의회 위원 위촉 권한마 저 위원장 1인에게 집중돼 있어 내부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지출에 대한 사후관리도 허술하다고 지적됐다. 기획예산처의 2027년도 성과계획서에는 미래대응기금 140개 세부 사업 전부가 ‘성과관리 비대상’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타 부처 수행사업’이라는 이유다. 박 의원은 “다른 부처 사업으로 미루고 성과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미래대응기금으로 따로 사업을 분류하고 예산을 편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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