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전통음악을 ‘음악’이 아니라 ‘유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공연 기획자들도 그 편견을 깨지 못했죠. 이번엔 전통음악을 선입견 없이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영화 ‘타짜’ ‘도둑들’의 음악감독이자 노래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국악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58·사진)가 가장 순수한 원형의 전통음악을 들고 관객 앞에 선다. 판소리, 민요, 가곡부터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불교 음악 범패까지, 명인들의 소리를 무대에 올리는 ‘한국 전통음악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이번 공연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에서 열린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 아르떼와 만난 장 감독은 “깊이 알지 못하면서도 그동안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만들어왔다”며 “늘 전통음악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던 만큼 이번엔 손대지 않은 순수한 우리 소리를 오롯이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세대 간 대비를 보여주는 대칭 구성으로 짰다. 동희 스님(범패), 정회석(판소리), 조영숙(여성국극), 김영기(가곡) 등 80~90대 거장을 조명하는 ‘더 어소리티’ 시리즈와 정각 스님(범패), 이자람(판소리), 이현아(가곡), 박수빈(여성국극) 등 전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30~40대 음악가를 소개하는 ‘더 시그니처’ 시리즈로 나뉜다. 장 감독은 “조영숙 선생님은 과거 여성국극 무대에서 아이돌급 대우를 받으며 관객과 직접 호흡한 분”이라며 “전통음악이 대중음악이던 시절과 단절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관객에게 거장의 뜨거운 감각을 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음악이 ‘낡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일부 공연은 리움미술관 내 강당에서 연다. 미술관 입구를 지나 공연장으로 향하는 여정부터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안기는 것이다. 무대는 거대한 굴 껍데기 형상의 현대미술가 윤향로 작품 ‘오이스터(Oyster)’로 꾸며 현대적 미감을 더했다. 장 감독은 최소한의 음향 연출을 도왔다. 그는 “가곡, 범패와 같은 장르는 외국 음악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며 “자연의 소리를 미세하게 입혀 관객이 전통음악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대중이 전통음악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대중이 크로스오버 음악을 즐기는 것과 순수한 전통음악에 관심을 두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내가 만든 음악은 하나의 ‘패션’처럼 소비될 뿐 이를 계기로 전통음악의 저변이 실질적으로 넓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털어놨다. 이어 “좋든 싫든 전통음악을 우선 들어보고 판단할 기회가 더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사진=최혁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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