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우려가 재확산하며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지의 장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25%포인트 급등한 연 4.969%를 나타냈다.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0.115%포인트, 0.053%포인트, 0.107%포인트 상승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11일 장중 연 3.0%까지 반등했다.
여기에는 높은 에너지 가격 지속이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10일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가격은 나란히 6% 이상 뛰었다.
이는 증시에 부담을 줘 11일 코스피지수는 124.01포인트(1.76%) 내린 6909.91로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7000을 내줬다.
후티 반군 위협에 원유 수송 차질…사우디 생산량, 한달새 23% 줄어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6.42달러(6.34%) 오른 107.63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둘 다 5월 19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브렌트유는 5거래일, WTI는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홍해 수송 차질에 따른 사우디의 원유 수출 급감 소식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8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303만 배럴로 7월 대비 약 33% 감소했다. 생산량은 623만 배럴을 기록, 전월 대비 23% 줄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통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 위협 수준을 높인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후티는 이날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 모카와 전략적 요충지 하니시제도를 접수하며 바브엘만데브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 사우디의 9월 원유 수출량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시도된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는 목표 수준을 채우지 못했다. 재무부가 시장 가격에 근접한 매도 제안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며 52억달러만 매입해 목표치(60억달러)를 밑돌았다.
ECB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인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재정적자 확대와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향해 가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각국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다. 이날 종가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연 4.969%)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기 금리도 0.075%포인트 올라 연 5.368%를 기록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53~0.115%포인트 올랐고,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대를 다시 찍었다.
ECB에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을 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69.6%로 올랐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10년 만기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회사채 등 거의 모든 금리에 영향을 준다”며 “채권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 투자심리를 식히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황정수/도쿄=최만수 특파원/이혜인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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