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해외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심사위원대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 후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가능한 사랑’은 화제였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참여한 홍콩영화 거장 두기봉은 “이창동의 작품 중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쩌면 문화적 차이로 완전히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모든 생각과 디테일을 사랑한다”며 “나라면 결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능한 사랑’은 영화의 내재적 작품성과 사회적 메시지 측면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 앞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선정하는 국제비평가상(FIPRESCI Prize)에 수상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미옥(전도연) 부부와 이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의 만남을 그린다. 계급 문제를 다루면서도 선악의 이분법을 피하고, 서로 다른 계급 간 관계가 우정과 착취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 감독은 이에 대해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대기업의 정리해고와 노동자의 대규모 파업을 지켜보며 영화화할 계획을 했지만, 결국 제작을 접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과연 내가 그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노동자의 삶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현실의 고통을 영화가 직접 재현하는 대신,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해위 자체를 영화 속 질문으로 가져온 셈이다.
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을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종종 타인의 고통이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와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며 “과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하는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고, 관객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수상의 행운을 배우 조여정이 꾼 ‘좋은 꿈’ 덕분으로 돌리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조여정 씨가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그 꿈을 사기는 했다”며 “한국에는 좋은 꿈을 사고파는 풍습이 있는데, 그 꿈이 이런 행운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니스=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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