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이상을 느껴 챗GPT에 증상을 물어본 뒤 병원을 찾은 직장인이 담당 의사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답변을 어디까지 의료 정보로 참고할 수 있는지를 놓고 네티즌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AI 말 믿은 게 아니라 확인하러 갔는데"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챗GPT 보고 병원 갔더니 의사가 화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불편한 느낌이 계속돼 큰 병이 아닐까 걱정했다고 했다.A씨는 인터넷을 찾아보다 챗GPT에 자신의 증상을 설명했다. 챗GPT가 심장이나 폐와 관련한 문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병원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다는 취지로 답하자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그는 "겁도 나고 병원에 다녀온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로 병원에 갔다"고 했다.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담당 의사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진료가 끝난 뒤 생겼다. A씨가 병원을 방문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챗GPT에 증상을 물어봤더니 이런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돼 왔다"고 말하자 의사가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의사는 "AI가 그렇게 말한다고 병원에 오면 어떡하냐"며 한숨을 쉬었다. A씨가 AI의 답변을 진단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의사는 "그런 거 보지 마라. 괜히 불안하기만 하다. 의사가 괜히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AI를 맹신한 것도, 이를 근거로 의사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AI가 이렇다는데요라고 하며 의사를 지적한 것도 아니고 약물을 오남용한 것도 아닌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억울했다"고 했다.
이어 "증상이 애매할 때 검색도 하지 말고 무조건 병원부터 가야 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병원에 가지 않고 AI 말만 믿는 사람보다 확인하러 온 제가 더 나은 것 아니냐"고 했다.

"환자에게 화낼 일인가"…반응 엇갈려
사연이 알려지자 의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과 환자에게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의견이 맞섰다. 챗GPT 등 생성형 AI를 이용해 증상을 찾아본 뒤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의료진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한 네티즌은 "챗GPT를 맹신하고 병원에 와서 'AI는 이 병이라던데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도 "하루에도 여러 명을 진료하는데 오는 사람마다 AI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면 짜증이 날 법하다"고 적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A씨가 AI의 답변을 최종 진단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병원 방문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 정보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작성자는 AI 진단을 맹신한 것도 아닌데 의사가 과하게 반응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美 성인 3명 중 1명, 건강 문제에 AI 활용
AI 챗봇을 증상 확인이나 병원 방문 여부를 판단하는 데 쓰는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26년 6월 22~28일 성인 3488명을 조사한 결과 34%가 건강·의료와 관련한 이유로 AI 챗봇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세부적으로는 28%가 건강 정보를 빠르게 얻기 위해 AI 챗봇을 쓴다고 했고, 25%는 증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치료 관련 정보를 얻거나 의사가 내린 진단을 더 알아보기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은 각각 22%였다. 병원에 갈지 결정하는 데 AI 챗봇을 활용한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이용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건강 목적으로 AI 챗봇을 사용하는 응답자의 47%는 챗봇이 제공한 건강 정보가 "매우 또는 극도로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48%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5%였다.
챗GPT에서 건강 관련 질문을 하는 이용자 규모도 상당하다. 오픈AI는 지난 7월 매주 3억명 이상이 검사 결과를 이해하거나 진료를 준비하고,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거나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등의 목적으로 챗GPT에 건강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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