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9일 08: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금처럼 산업 패러다임이 변할 때 인수합병(M&A)으로 재계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EY한영의 박남수 EY-파르테논(전략·재무자문부문)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A는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재편의 수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 자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인수를 통해 공급망 통제력 강화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역량, 기술, 인프라, 시장 접근성을 더 빠르게 확보하려는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전쟁 금리 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A를 관망하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당시 전 세계 휴대폰 1위인 노키아와 4위인 모토로라가 안주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큰 변화가 올 때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장비·소재와 피지컬AI·산업자동화 유망...글로벌 바이오 생산 플랫폼도
EY에 따르면 2026년 5~7월 미국 M&A 시장은 메가딜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1억달러 이상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58%, 건수는 21% 증가했으며, 기업들은 AI, 첨단소재, 바이오·헬스케어 등 장기 성장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M&A가 저조했던 한국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박 대표는 "글로벌 M&A는 기술, 전력·유틸리티, 생명과학, 항공우주·방위산업이 거래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특히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정밀의료 및 첨단 치료제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 수요가 두드러진다"고 소개했다.한국의 경우 AI·전력·반도체·바이오와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K소비재의 해외 진출이 M&A의 중심이 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유망 M&A 산업으로는 △데이터센터·전력망·냉각·에너지 솔루션 등 AI 인프라 △펩타이드·ADC·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확장하는 바이오 플랫폼 △공급망 재편과 자동화를 수반하는 산업재·반도체 소부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연결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배터리관리장치(BMS)·에너지관리장치(EMS)·전력변환장치(PCS)·열관리 솔루션 △산업용 로봇·휴머노이드·센서·제어·배터리를 포괄하는 피지컬 AI 등을 꼽았다.
산업군별 M&A 전략에 대해 박 대표는 "?반도체 기업이라면 첨단 패키징·장비·소재, 에너지 기업이라면 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ESS)·분산전원, 제조기업이라면 피지컬 AI·산업자동화, 바이오 기업이라면 글로벌 생산 플랫폼이 우선 후보"라고 말했다.
EY-파르테논은 2년 전 별도의 ?K뷰티 섹터보고서를 작성해 25개 M&A 유망기업을 고객사에 소개했다. 이 중 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비엔비코리아 등 6곳은 실제 M&A가 성사됐고 더스킨팩토리, 페렌벨 등 2곳은 딜이 진행 중이다. 작년엔 K푸드 섹터보고서를 만들며 성경김과 만전김 등 주요 기업 자문을 담당했다. 올해는 반도체 섹터 보고서 발간 후 LX인베스트먼트가 매각한 반도체 장비회사 에스에스피(SSP)의 매각자문을 성공시켰고 다수 딜을 진행하고 있다.
재무자문과 컨설팅 '원팀'이 EY-파르테논 강점...한화오션, DN솔루션 딜도 성공 자문
이렇게 산업별 분석에 강점이 있는 배경은 EY한영이 재무자문 뿐만 아니라 전략·운영 컨설팅에서도 강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4대 회계·컨설팅회사인 EY는 감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이다. EY한영은 2022년 국내 토종 컨설팅회사인 티플러스를 인수하며 EY-파르테논의 전략 컨설팅 기능을 강화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이화다이아몬드 인수 밸류업 컨설팅, UCK파트너스의 만전김 인수 전략 컨설팅을 EY-파르테논이 맡은 것도 이러한 명성 때문이다. 박 대표는 "EY-파르테논의 차별화된 강점은 재무자문과 실사, 가치평가에 컨설팅까지 원팀으로 서비스한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M&A만 보는 게 아니라 M&A 이후 인수후통합(PMI)과 밸류업, 그 너머 장기적인 산업 전망 등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자문을 해준다"고 강조했다.박 대표는 공인회계사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PEF, 산업은행에서 두루 경력을 쌓아 2016년 EY한영의 재무자문 파트너로 영입됐다. 그는 산업은행 재직 시절 당시 글로벌 M&A업계 화제가 된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실무 추진단장으로 주도해 국제적인 M&A 경험도 쌓았다. 그는 "당시 미국 정부도 원했고 부실 자산을 제외한 우량 자산 인수여서 리스크도 적어 한국 금융산업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딜이 될 뻔했다"며 "비록 당시 딜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산업은행이 글로벌 투자은행(CIB)으로 도약할 기회를 엿본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한 곳인 EY한영은 국내 M&A에서 성공 자문 사례가 많다. EY-파르테논은 역대 최대 제약·바이오 분야 M&A인 지난 7월 2조7000억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스위스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를 자문(실사)했다. 프랑스 에어리퀴드그룹의 DIG에어가스 인수도 자문을 맡았다.
EY-파르테논이 수행한 M&A 자문 가운데 난이도가 높았던 딜에 관해 물어보니 박 대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DN솔루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대우조선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심사 때문에 2022년 HD현대와 한 차례 매각 협상이 결렬된 바 있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EY-파르테논은 2021년부터 잠재적 투자자로 한화를 물색해 투자 유치 구조를 설계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상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EY-파르테논은 3자 배정 투자 유치를 통해 신규 자금 투입으로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채권단 회수도 극대화하는 구조를 짜 딜을 성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DN솔루션(옛 두산공작기계) 딜의 경우 인수회사가 매각 회사보다 작았던 점이 딜의 난이도를 높였다. 인수 측인 자동차부품회사 DN오토모티브의 매출은 8000억원대이고 DN솔루션은 매출 1조2000억원의 글로벌 3위 공작기계업체였다. 그는 "인수 후 주주 변경에 따라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를 손질하고 양사 임직원 간 비전 공유 및 신뢰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M&A로 DN솔루션은 매각 2년 후 매출이 3배, 영업이익은 5배로 증가했다. 그는 "컨설팅과 재무자문의 통합 자문 효과가 어떻게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딜"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M&A 준비 노하우..."오너없이도 돌아가는 회사 만들어야"
중견기업 M&A 시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그는 "오너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역량과 주요 고객 관계가 오너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차기 경영진 육성, 데이터 정비, 내부통제 강화, 장기 고객계약 확보, 핵심인력 유지 방안 등을 M&A 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중견기업의 경우 M&A로 실사를 하다 보면 전혀 몰랐던 회사의 문제가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럴 땐 숨기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막대한 소송으로 자금을 허비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은 가업승계와 M&A를 동시에 검토하는 사례가 많다. 상속세 부담, 후계자의 승계 의지 부족, 사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 필요성 등이 이유다. ?EY한영에 따르면 이 같은 승계와 M&A 통합 자문 수요는 주로 연 매출 300억~3000억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창업 후 20~40년이 경과한 제조업 기업에서 자주 관찰된다. 그는 "매매 일정에 쫓겨 전략적 확신 없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최악의 M&A 실수"라며 "인수 후보군을 오래전부터 미리 파악해놓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수 후 통합을 현업에 넘기는 것은 지양해야하며, 회사를 ‘얼마에 샀는가’보다 ‘어떤 가치개선 과제를 누가 언제 실행할 것인가’에 더 무게를 두고 M&A를 PMI단계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PEF는 경기 변동성 유의를...인수 단계부터 볼트온 대비해야"
올 들어 국내 대형 M&A는 PEF가 주도했다. 박 대표는 "국내 PEF 시장은 약정액과 드라이파우더(가용 자금)는 증가하지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반기 PEF 매각 바이아웃 매각(경영권 매각) 20건 중 PEF 간 거래(세컨더리 거래)가 5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PEF가 인수를 검토할 때 인수 당시의 금리와 예상 기업 가치, 시장 성장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 논리도 쉽게 흔들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인수 이전부터 시장점유율 확대, 신규시장 진출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인수(볼트온 M&A)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부 투자자는 볼트온 M&A를 통한 성장 목표 달성을 전제로 투자 논리를 수립해 실행 가능한 후보군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규제 변수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A 기업의 국가핵심기술과 첨단전략기술 여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강화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각종 PEF 규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국가별 M&A 시장 전망에 대해선 ?“올해 미국에선 1억달러 이상 거래 건수가 8% 증가하고 그중 기업 M&A는 11% 늘어나지만 PEF 주도 M&A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에 대해선 방산·재생에너지·AI 인프라·산업재 중심 거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외국인투자·외국보조금·경쟁법 심사가 거래 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일본은 지배구조 개혁, 비핵심 사업 매각, 민영화 딜이 많아질 전망이다. 중동의 경우 "국부펀드의 AI·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해외 투자가 많겠지만 지정학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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