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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는 할인 요인인가, 재평가의 계기인가

입력 2026-10-15 06:01  

[커버스토리]



국내 대기업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은 평균 3.5%에 그치지만, 계열사·비영리법인·임원·자기주식을 합친 내부 지분율은 61.4%에 달한다.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력은 개인의 직접 지분보다 계열사 출자망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 최대주주가 다른 개인으로 바뀐 사례에서 전임 최대주주의 연령 중앙값이 71세였다는 점은, 이 지배력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승계는 최대주주 명의 변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출자 구조 재편,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현금 조달, 자기주식과 배당 정책 조정이 함께 진행된다.

투자자는 ‘승계가 임박했는가’보다 거래의 구조를 봐야 한다. 지배주주가 개인 자산 매각이나 담보차입으로 비용을 부담하는지, 아니면 회사의 신주 발행·자기주식 처분·계열사 자금과 내부거래를 활용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지배구조 단순화, 자기주식 소각, 비핵심 자산 정리, 지속 가능한 배당 확대가 일반주주의 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1
지분은 개인에서 법인으로 옮겨 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월 3일 공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89개 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평균 3.5%에 그쳤다. 반면 계열사와 비영리법인, 임원, 자기주식 등을 포함한 내부 지분율은 61.4%였고, 이 가운데 계열사 지분율만 55.5%에 달했다. 총수일가의 적은 직접 지분이 계열사 간 출자망과 결합해 기업집단 전체의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연속 지정된 46개 기업집단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타난다. 동일인 본인의 직접 지분율은 낮아졌고(4.8%→3.6%), 계열사 지분율은 높아졌다(55.9%→58%). 개인 지분이 줄어든 자리를 계열사 지분이 메웠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45개 기업집단에서는 이 구조가 정점 지주회사에 집중돼 있다. 총수일가가 집단 전체에서 직접 가진 지분은 7%에 못 미치지만(중앙값 6.7%), 정점 지주회사 지분은 절반 가까이(46.2%) 쥐고 있다. 정점 지주회사의 자본금은 집단 전체의 9.2%에 불과하지만, 총수일가는 이 회사의 지분을 통해 다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다.




지주회사 전환은 개별 계열사에 분산된 지분을 정점 지주회사로 모으는 과정이다. 따라서 집단 전체의 총수일가 직접 지분율만으로 실질 지배력이나 승계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상장사 분석에서는 정점 지주회사 지분의 이전 경로와 대가가 장기 지배력 변화를 판단하는 핵심이다.

개인 최대주주 변경은 지배력 이전의 시점과 방향을 살피는 출발점이다. 모든 최대주주 변경이 승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최대주주가 다른 개인으로 바뀐 사례를 분석하면 승계가 이뤄지는 시점과 자금조달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2
승계의 시점은 나이에서, 방식은 자금에서 드러난다


개인 최대주주 변경 사례에서 전임 최대주주의 연령은 승계 시점을 가늠하는 단서다.

2015~2025년 최대주주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상장사 2619개 사 가운데 최대주주가 한 차례 이상 바뀐 기업은 절반에 가깝다. 대부분은 법인 간 이동이거나 법인과 개인 사이의 이동이고, 개인 최대주주가 다른 개인으로 바뀐 사례만 추리면 236건이다. 여기에는 상속·증여뿐 아니라 친족 간 지분 이전과 제3자 매각도 섞여 있지만, 승계의 시점과 자금조달 경로를 읽는 출발점은 이 236건이다.

전임 최대주주의 출생연도를 확인할 수 있는 193건에서 전임 최대주주의 연령 중앙값은 71세였다. 같은 성씨이면서 전·후임의 최대주주 나이 차가 20년 이상인 101건, 곧 부모에서 자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사례만 보면 물러난 쪽은 77세, 이어받은 쪽은 46세였다.

승계에는 지분 취득과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한 대규모 현금이 필요하다. 총수가 연간 보수를 전혀 쓰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해도, 그룹 자본금의 1%를 마련하는 데 자산 상위 A그룹은 94년, B그룹은 73년, C그룹은 30년이 걸린다. 이 계산은 보수를 세전 금액으로 보고 세금과 생활비를 제외한 가정이다. 자본금은 장부가액이므로 실제 지분 취득 또는 상속·증여세 재원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보수만으로 대규모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지배주주가 승계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보유 자산 매각, 보유 주식 담보차입, 지분 매각, 배당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배당은 상장 회사의 이익을 지배주주 개인의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배당을 통해 지배주주 일가에 귀속되는 현금 규모는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0% 미만인 기업부터 50% 이상인 기업까지 오너 일가 보수 중앙값은 8억~10억 원 수준에 머문다. 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기업의 오너 일가 귀속 배당 중앙값은 33억 원으로, 지분율 20% 미만 기업의 4.4억 원보다 7배 이상 많다. 보수는 지분율 변화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배당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구간에서 크게 늘었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3
지배력 재편 수단은 바뀌었다


지난 40년 동안 규제 변화와 함께 기업집단의 지배력 재편 방식도 달라졌다. 상호출자와 지주회사 금지 시기에는 순환출자가 활용됐고, 1999년 지주회사 허용 뒤에는 지주회사 전환이 중요한 방식이 됐다. 최근 지배력 재편의 핵심 점검 대상은 비상장 계열사, 자기주식, 주식지급약정이다.

주식지급약정은 회사가 임원 등에게 일정 조건을 채우면 주식을 주기로 한 계약이다. 2025년 총수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체결한 주식지급약정은 585건으로 전년보다 65.7% 늘었다. 이 가운데 총수 본인 또는 친족이 상대방인 약정은 19건이었다. 총수일가 관련 주식보상은 누가 받는지, 얼마나 받는지, 신주와 자기주식 중 무엇으로 교부하는지, 성과 조건이 객관적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 신주를 발행하는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넘기는지에 따라 기존 주주의 희석 여부와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비상장 계열사는 상장사와의 거래를 통해 축적된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살펴봐야 하는 영역이다. 총수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3293개 사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1047개 사로 31.8%였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가 모두 비상장사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상장 계열사와 비상장 계열사 간 거래에서는 이익이 상장사 주주에게 공유되는지, 또는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지분의 가치 상승으로 집중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기주식은 소각과 처분에 따라 주주와 지배주주에게 미치는 효과가 달라진다. 자기주식은 보유 중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되면 의결권이 다시 발생한다. 반대로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자기주식 20%를 전량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 기준 30%를 보유한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37.5%로 높아진다.

올해 개정 상법은 새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는 처리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투자자는 자기주식 보유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보유·처분의 사유와 상대방, 소각 또는 처분 이후 최대주주 지분율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4
제도는 승계 거래를 까다롭게 하고, 세제는 배당을 앞당겼다


상법 개정은 지배력 재편 거래의 설명 책임을 높였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됐고, 자기주식의 보유·처분,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제도 변화가 이어졌다. 자기주식 보유·처분, 합병·분할, 계열사 거래는 거래 구조와 이해상충,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승계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과 거래 조건, 이해상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거래는 주주 반대와 시장 할인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승계와 연결된 거래는 세무 부담뿐 아니라 이사회 심사, 주주 의사, 거래 가격의 공정성, 시장 평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배당만으로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약 45년이 걸린다. 2025년에 배당을 실시한 상장사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다 내는 데 걸리는 기간의 중앙값은 45.3년이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 구간을 가정하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은 49.5%에서 33%로 낮아진다. 이 경우 완납 기간은 34.2년으로 11.1년 줄어든다.

더 큰 변수는 배당 규모다. 배당성향을 40%까지 높인다고 가정하면 배당수익률 중앙값이 5%로 올라가고 완납 기간은 17.8년까지 내려간다. 세율 인하만 반영한 경우와 비교하면, 배당성향을 40%로 높이는 가정은 완납 기간을 16.4년 더 줄인다. 이는 실제 배당 계획이 아니라 2025년도 이익과 배당을 바탕으로 한 가정이다. 배당성향을 계산할 수 있는 상장사 1048개 사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기준사업연도 대비 현금배당이 줄지 않은 상장사 가운데,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현금배당을 10% 이상 늘린 기업에 적용된다. 1048개 사 중 셋에 하나꼴(355개 사·33.9%)이 2025 사업연도 배당으로 이 요건을 채웠다. 승계 이슈 기업만 보면 배당성향 40% 이상인 곳이 한 해 사이 늘었고(17.8%에서 25.3%로), 배당 증가 요건까지 포함한 최종 충족률은 34.5%였다. 제도가 바뀐 첫해에 승계 이슈 기업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2014 년에도 세제가 배당을 움직인 전례가 있다. 그해 한 대형 전자기업은 순이익이 27%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39% 늘렸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현금 환원의 유인을 높인 결과였다. 이익이 줄어도 제도가 바뀌면 배당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는 2028년 12월 31일이 속하는 사업연도까지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한시 제도다. 일몰 연장 여부와 적용 요건은 향후 입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세제 개편만으로 배당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승계와 연결된 지분 거래에서는 배당, 자기주식, 주식지급약정, 합병·분할이 각각 어떤 목적과 조건으로 활용되는지, 비용과 편익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5
승계의 성패는 자본 배분에 달렸다


승계 이슈 기업에서는 수익성과 시장 평가가 엇갈린다. 지배구조 이슈 기업 1108개 사를 승계 이슈(263개 사)와 비승계(845개 사)로 나누면, 승계 이슈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지배주주 귀속 기준) 중앙값은 4.6%로 비승계(2.5%)보다 높은데 주가순자산비율(PBR) 중앙값은 0.6배로 비승계(0.8배)보다 낮다. 승계 이슈 기업은 표본상 수익성이 더 높지만, 장부 가치 대비 시장 평가는 더 낮았다.




배당은 주주 환원의 잣대이면서 지배주주가 현금을 마련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따라서 승계 이슈 기업의 배당은 주주 환원과 지배주주 개인의 현금 조달이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2024년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였던 상장사 가운데 승계 이슈 기업은 남는 현금의 18.4%를 배당으로 내보내 비승계 기업(6.8%)의 약 2.7배였다. 다만 이 숫자에는 이미 최대주주가 바뀌었거나 그 뒤 배당을 늘린 기업이 섞여 있어, 승계가 배당을 바꿨는지는 전후를 따로 봐야 한다.

개인 최대주주 변경 전후 2년 자료가 있는 91개 사를 별도로 비교하면, 잉여현금흐름 대비 배당 비중은 변경 전 6.8%로 비승계 기업과 유사했지만, 변경 후에는 10.6%로 높아졌다. 물론 배당은 업황과 이익, 투자 수요, 세제의 영향도 받는다. 이 변화를 승계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보다, 현금 환원 정책이 바뀌는 시점을 알리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배당성향으로 보면 같은 흐름이 더 뚜렷하다. 변경 전후 2년의 배당성향을 비교할 수 있는 58건 가운데 40건(69%)이 변경 뒤 배당성향을 높였고, 가족관계가 확인된 39건에서는 74%였다. 평균 배당성향은 22.8%에서 28.4%로 올랐고, 오른 폭은 변경 전에 배당을 적게 하던 회사일수록 컸다.





자기주식 소각 실시율도 최대주주 변경 시점 전후로 상승했다. 개인 최대주주 변경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 실시율은 변경 3년 전 2.5%에서 변경 이듬해 7.7%로 높아졌다.





수익성에 비해 낮은 PBR 을 읽을 때는 상속·증여세를 함께 봐야 한다. 상장주식은 상속·증여일 전후 두 달씩의 평균 종가로 평가하므로, 승계를 앞둔 최대주주에게는 낮은 주가가 곧 낮은 과세표준이다. 주가를 올리고 현금을 내보낼 유인이 약해지는 구조다.

이 유인을 겨냥한 제도 개편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오랫동안 업종 내 PBR 하위권에 머문 기업이나, 중복상장·교환사채 발행처럼 주가에 부정적인 행위 뒤 주가가 크게 내린 기업의 최대주주 주식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금보다 긴 기간의 평균 주가로 평가하는 방안을 내놨다. 저 PBR 요건이 인정되면 현행 평가액의 1.3배와 장기 평균 주가 가운데 높은 금액이 적용된다.

시행 시기는 2027년 4월 이후 상속·증여분으로 제시됐지만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거쳐야 한다. 국회에 따로 발의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최대주주 주식의 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그 80%를 하한으로 두자는 내용이다. 두 안은 요건과 방식이 다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방향은 같다. 어느 쪽이 되든 승계 전에 주가를 낮게 두어 얻는 이득은 줄어든다.

저PBR·저배당은 승계의 증거가 아니라, 자본 배분을 추가로 점검할 후보 신호다. 수익성에 비해 낮은 PBR 과 낮은 배당성향, 고령의 최대주주나 승계 이슈가 겹칠 때는 먼저 업황과 사업 구조, 투자 계획, 부채와 현금흐름으로 설명되는지를 본다.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유보금 축적과 계열사 출자, 지분·자산 거래가 이어진다면, 그 거래의 비용과 편익이 회사와 일반주주, 지배주주 사이에 어떻게 나뉘는지 공시에서 확인해야 한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6
어떤 기업을 가려낼 것인가


스크리닝은 현금 창출력, 현금 환원 여력, 시장 평가, 승계 신호를 차례로 적용했다.

첫 번째 조건은 성숙기 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양수이고, 투자 활동과 재무 활동 현금흐름이 음수인 기업을 가려냈다. 현금흐름의 부호 조합으로 기업 생애주기를 구분하는 연구의 분류를 참고했다.

두 번째는 잉여현금흐름의 지속성이다. 잉여현금흐름이 3년 연속 양수인 기업만 남겼다. 배당 확대 가능성을 보려면 일시적 현금 유입이 아니라, 투자 이후에도 현금이 꾸준히 남는지 확인해야 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기업은 과잉 투자와 대리인 비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 기준에 반영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조건은 배당 여력과 시장 평가다. 배당성향 40% 미만 기업을 고르고, 그 가운데 PBR 1배 미만 기업을 추렸다. 배당성향 40%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요건 가운데 하나다. PBR 1배 미만은 장부 가치 대비 시장 평가가 낮은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마지막 조건은 승계 이슈가 있거나 최대주주가 70세 이상인 기업이다. 70세는 개인 최대주주 변경 사례에서 확인된 전임 최대주주의 연령 중앙값 71세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기준을 순차 적용한 결과, 2437개 사 가운데 43개 사가 남았다. 최종 표본의 ROE 중앙값은 9%, PBR 중앙값은 0.5배였다. 출발 표본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높고 장부 가치 대비 시장 평가는 낮다. 이 목록은 매수 추천이 아니라, 현금 창출력과 낮은 현금 환원 수준, 낮은 PBR, 승계 관련 신호를 함께 갖춘 관찰 대상이다. 실제 투자 판단에서는 이익의 지속성, 투자 계획, 부채 수준, 비상장 계열사 거래, 지배구조 재편의 가격과 조건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달라진 승계 방정식 7
승계의 결과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에 달렸다


승계 기대감 자체는 투자 논리가 아니다. 승계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자본 배분 결정의 묶음이다. 갈림길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있다.

오너가 보유 자산 매각, 보유 주식 담보차입, 개인 차원의 지분 매각으로 비용을 부담하면 회사와 소수주주의 직접적인 희석 부담은 작다. 반대로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거나 자기주식을 처분하고, 계열사 자금과 내부거래를 활용하며, 비상장 계열사에 이익을 이전한다면 비용은 회사와 소수주주에게 넘어갈 수 있다.

판별 기준은 공시에 있다. 주식지급약정은 신주인지 자기주식인지와 성과 조건을, 자기주식은 소각 뒤 최대주주 지분율 변화와 처분 상대방을, 배당은 현금흐름·투자 계획·부채 수준과 정합적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임박 여부보다 거래 구조를 봐야

승계는 더 이상 지분 이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배력 재편과 현금 조달, 배당과 자기주식, 합병·분할과 계열사 거래가 결합한 자본 배분의 문제다.

지금까지 승계는 비상장 계열사와 여러 해에 걸친 거래 속에서 진행돼 공시만으로 단번에 읽기 어려웠다. 자기주식 처분, 주식지급약정, 감사위원 분리선임, 합병·분할을 둘러싼 제도 변화는 승계와 연결된 자본 배분을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승계 분석도 최대주주 변경 여부나 집단 전체 지분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점 지주회사 지분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과 대가로 이전되는지, 그 과정에서 현금·자산·의결권의 편익과 비용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봐야 한다.

투자자는 승계 임박 여부만으로 기업을 고르면 안 된다. 현금 창출력과 잉여현금흐름의 지속성, 배당성향, PBR, 최대주주 연령 또는 승계 이슈를 기준으로 대상을 좁힌 뒤 거래 구조를 공시에서 확인해야 한다. 지배주주가 개인 자산과 차입으로 승계 비용을 부담하고 지배구조 단순화·자기주식 소각·비핵심 자산 정리·배당 확대가 함께 나타난다면 주주 가치 개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회사의 신주·자기주식·계열사 자금이 후계자 지분 가치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된다면 소수주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승계 비용을 오너가 부담하고, 그 과정의 과실이 소수주주와 공유될 때 승계는 할인 요인이 아니라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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