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8일 11: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비버웍스에 투자했을 때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보편적인 PEF 바이아웃 투자는 시장에서 자리 잡은 회사를 인수해 지배구조와 운영 방식을 개선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 반면 크레센도는 비버웍스에 투자할 때 특정 회사를 타깃하지 않고, 시장의 애로사항을 발견한 뒤 그 문제를 풀 회사들을 하나씩 사 모아 합치며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크레센도는 2022년 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배달중개 플랫폼 스파이더아이앤씨, 키오스크 업체 오더퀸·우노스를 인수·합병해 비버웍스를 만들었다. 이후 모바일결제 페이콕·넥스페이, 유통 플랫폼 콤웨어를 차례로 인수해 결제·물류까지 밸류체인을 넓혔다.
M&A로 만든 소상공인의 눈과 발
포스·키오스크·테이블오더·배달중개가 제각각 다른 업체 것을 따로 써야 했던 게 오프라인 매장의 오랜 문제였다. 김종윤 비버웍스 대표는 "영세 업체들이 잔뜩 흩어져 있어 매장에 문제가 생겨도 어느 시스템 탓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해 승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기두 대표가 "이 시장은 너무 파편화돼 있어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회사들을 사서 붙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고, 김 대표도 이에 동의해 인수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크레센도는 현재까지 총 1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금까지 크고 작은 관련 업체 13곳을 인수·영업 양수했다. 이렇게 여러 작은 기업을 사들여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롤업(Roll-up)' 전략이라 부른다. 미국 요식업 전용 결제·매장관리 솔루션 기업 '토스트'가 비슷한 방식으로 파편화된 지역 소상공인 시장을 통합하며 성장했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디지털 재건축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낡은 프로그램을 쓰지만 가맹점은 확실히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 시장에 잔뜩 널려 있었다"며 "입지좋은 낡은 빌라를 사서 재건축하듯, 그 회사들을 인수해서 새 시스템을 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회사를 계속 사서 합치는 방식은 당장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인수할 때마다 인력과 통합 비용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비버웍스는 출범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크레센도가 이 방식을 밀어붙인 건 단기 수익보다 특정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먼저 만드는 데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크레센도는 핀테크 공룡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의 초기 출자를 받은 PEF 운용사다. 크레센도 역시 기술 중심의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투자할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도 당장의 현금흐름이나 흑자·적자 여부가 아니다. 그는 "이 회사가 구조나 기술을 바꿔 특정 영역에서 지배적·독점적 지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핵심 기준으로 본다. 독점적 구조만 갖추면 수익성은 자연히 따라오고, 비교 대상이 없으니 밸류에이션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AI 날개 달고 M&A·통합 효율화
통합 과정 자체는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인력 관리다. 여러 회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다 보니 핵심 인재가 조직마다 제각각이었고, 인수 초기 퇴사율은 50%를 상회했다. 인수 회사마다 시스템도 제각각이어서, 회사 수가 늘수록 통합 관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비버웍스는 각사 개발자를 한 팀으로 모아 백엔드 시스템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위에 재구축했다. 이 작업에만 1년 반이 걸렸다.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있다. 김 대표는 "AI 코딩 도구 품질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인수 회사의 낡은 코드를 AI가 빠르게 분석·재구축해준다"며 "예전엔 볼트온을 할수록 인력을 계속 늘려야 했는데 AI로 그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비버웍스는 가맹점 등록·콜센터 상담·메뉴 변경 등 운영 업무를 처리하는 표준화된 운영 포털을 AI로 자체 구축하고, 여기에 AI 에이전트를 붙여 인력 효율화를 이루고 있다. 인수 후보 실사에도 AI를 붙여 동시에 3~4건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목표는 '오프라인 세일즈 브레인'
이런 전략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늘어난 320억원으로 예상되고, 3분기부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이 시작됐다. 직원 수는 출범 당시였던 2022년 76명에서 현재 223명으로 늘었으며, 비버웍스를 사용하는 가맹점 수도 1만개에서 7만개로 늘었다.
특히 출범 초기 하드웨어 판매 위주였던 매출 구조에서 반복매출(구독료 등) 비중이 10%에서 70%까지 늘며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회전초밥집 '스시코노미'를 비롯해 이삭토스트, 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등이 비버웍스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가 그리는 다음 목표는 '오프라인 세일즈 브레인'이다. 그는 "쿠팡·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는 추천엔진이 활발히 쓰이고 있지만, 오프라인에는 이런 솔루션이 없다"며 "주문 화면에서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고, 그 반응 데이터를 다시 학습시켜 나가는 일종의 오프라인 AI 세일즈 브레인을 만드는 게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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