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록달록한 유럽풍 건물과 아기자기한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렸던 파주 프로방스 마을. 한때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데이트·나들이 명소로 이름을 날렸던 이곳이 최근 경매시장에서도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국적인 테마 자체만으로 사람을 불러모았던 1세대 테마 관광지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17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탄현면 프로방스 마을의 토지 8필지와 상가 건물 24개 동이 경매에 나왔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테마단지 대부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5월 236억 4400만원의 감정가로 시작했지만 네 차례 연속 유찰되면서 최저 매각가격은 56억7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초 감정가의 약 24% 수준이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은 1996년 프랑스 레스토랑 한 곳에서 시작해 주변에 카페와 베이커리, 상점 등이 들어서며 남프랑스풍 관광지로 성장했다. 이국적인 건물과 거리를 앞세워 가족·연인들의 나들이 명소로 자리 잡았고 한때 연간 70만명 이상이 찾았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알려지며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하지만 관광 소비 방식이 변하면서 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마을이 처음 등장했던 1990년대에는 유럽풍 거리와 건축물을 재현한 공간 자체가 방문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해외여행이 대중화 되고 전국 곳곳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복합문화시설, 이색적인 콘셉트 공간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프로방스만의 희소성은 빠르게 옅어졌다. 식사와 쇼핑, 사진 촬영에 집중된 기존 콘텐츠가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경쟁력 약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한때 이색적인 공간을 앞세워 인기를 끌다 자취를 감춘 1세대 테마 관광지들이 있다. 2003년 문을 연 부천 아인스월드가 대표적이다. 에펠탑과 콜로세움, 타워브리지 등 세계 유명 건축물을 축소 재현한 미니어처 테마파크로 총 600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그러나 개장 초기 화제성과 달리 콘텐츠 부족으로 재방문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결국 2020년 부천시와의 무상사용 기간 만료와 함께 운영을 종료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예쁘고 이국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인하기 어려워졌다. 전시와 공연, 체험, 식음료 등을 종합해 방문할 때마다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형 관광지가 늘면서 한 번 보고 떠나는 테마 관광지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관광지가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과거의 이국적인 풍경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주 프로방스 역시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체험·전시 등 콘텐츠를 확충해 재방문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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