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공개 기업은 개인 소유의 회사가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소유한 회사입니다. ‘오너’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배주주라고 할지라도 오너가 아니라 주주 중 한 명”이라며 “이런 인식이 경영 문화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배주주가 이런 인식을 체화시키지 않으면 ‘내가 오너야’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지배주주는 ‘내가 가진 한 주와 일반 주주가 가진 한 주는 동일하고, 이 회사는 공개 상장 회사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한 이사회 구성, 주주 구성인지를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상장 시장처럼 주주를 보호해주는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스스로 살펴야 할 점이 많다.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만한 요소가 기업지배구조에 존재하는지를 보면서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상법 개정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를 치른 데 이어, 최근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시행됐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까.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공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가 소유주 역할을 하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사회가 움직이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문제는 지배주주의 방향성이 일반 주주의 이익과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개정 상법은 그런 괴리를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질적으로 이 법이 실효성을 가지는 것은 내년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진행된 3월 주총에서는 오히려 개정 상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정관에서 이사회 정원을 줄여 집중투표제가 무의미하도록 만든다거나, 이사의 임기를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총 결의로 정한다’는 식으로 유연화하는 기업이 많았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를 피하기 위해 ‘경영상 목적’의 예외 사항을 주총 특별결의로 통과시킨 경우도 많았죠.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나 기업의 태도 변화는 크지 않았고, 지배주주의 의지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마인드가 여전히 관철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개정 상법만으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앞서 자사주 소각 의무 예외 사항과 같이 개정 상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안건이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통과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말은 지배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도 특별결의 안건에 큰 이의 없이 찬성을 했다는 뜻입니다(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 결국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차원에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하죠.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이와 관련해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일반 투자자들도 원활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구성돼야 개정 상법의 효과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 기간에 몰릴 수밖에 없는 주총 소집 통지 기간을 확대하고,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도 주주들이 목소리를 수월하게 내는 발판이 될 수 있겠죠. 공시 제도 개편도 필요합니다.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대한 충실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 보니 개정 상법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따라서 주주 이익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도록 공시 제도가 개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절차의 개선도 필요한데요. 주주가 기업의 경영 절차를 문제 삼고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은 통상적인 민사소송에 비해 고난이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합니다. 상사 전문 법원이 만들어진다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해충돌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고 봅니다.”
상법 개정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지배력에 끼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여전히 지배주주가 이사회의 과반을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임명 가능한 구조이다 보니, 실효적 지배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총 참석률은 평균 70~80%, 코스피200 기업의 지배주주 평균 지분율이 44%입니다. 산술해보면 지배주주가 의결권의 50% 이상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되죠. 이 경우 ‘과반 결의’라는 원칙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상당히 특이한 구조라고 봐야 하는데요. 미국, 일본 등의 상장사를 보면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가진 지분율은 5%도 안됩니다. 개인이 지분율만으로 기업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대손손 상속하는 케이스도 찾아보기 힘들죠. 다만 상법 개정을 통해 1~2석 정도의 소수 의석에 대해서는 3% 룰, 집중투표제 등을 통해 주주가 제안하는 이사들로 채울 수 있다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국의 오너 경영이 기업 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보십니까.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산 소유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업의 지배권이 여러 주주에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요. 이들이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미국과 일본의 행동주의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배주주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상이 다릅니다. 지배주주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챙기는 덕에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주인 없는 회사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그만큼 회사가 성장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반면 지배주주가 낮은 지분율로 과도한 결정권을 휘두르며 사익을 추구할 소지가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고성장 시기에는 오너십의 장점이 두드러지지만, 성장이 정체되는 시점부터는 지배주주가 일반 주주의 이익과 상충하는 방향으로 지배력을 활용할 수 있어 단점이 부각됩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장점은 살리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점차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다른 주주들의 적절한 견제가 필요한 거죠. 갈 길은 멀지만 상법 개정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행동주의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지배주주가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면 주주 가치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상황이 생깁니다. 자연히 기업은 저평가됩니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행동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패시브 운용을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특정 기업 한 곳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힘들죠. 이때 행동주의 투자자는 집중 투자, 장기 투자를 해 나가며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냅니다. 비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단순화하라거나,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라거나, 자본 배치와 주주 환원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제안을 할 수 있죠. 이런 행동주의 전략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비용과 노력은 행동주의 펀드가 감수하면서도 경영진의 저항에 부딪혀야 하고, 결과적으로 그 혜택은 모든 주주에게 돌아갑니다. 어려운 전략이긴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배주주 지분율과 지배력 간의 괴리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기업을 설득해 효율적인 자본 배치를 촉진하는 것이 현재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의 역할입니다.”
일본 행동주의와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재벌이 다 해체됐습니다. 현재 일본 대형 기업에는 지배주주가 없고, 기업들이 상호 주식을 보유하거나 은행이 지분을 가지는 구조입니다. 오히려 이런 구조 속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컨대 경영진이 월급만 받아 가며 회사 경영을 열심히 안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행동주의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양상이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가 기본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경영진과의 대화만 잘 풀리면 행동주의가 성공할 가능성도 크죠. 연성 규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습니다. (경영진 외에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한국에서의 행동주의 전략은 그보다 훨씬 어렵고요. 지분율 30~40%를 보유한 채 행동주의에 반대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있다 보니, 경영진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뒤 한국 기업의 오너십과 지배구조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기존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유지하는 기업도 분명 존재할 듯합니다. 상법 개정으로 최소한의 주주 보호 조치를 한 것일 뿐, 기업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앞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스튜어드십, 공시 제도, 상사 전문 법원 등의 조치가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미래 전망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기대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주주 구성이나 경영진의 마인드, 산업의 상황에 따라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기업은 나타나겠죠.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동류로부터 받는 압박)라는 게 있기 때문에 산업 내 다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와중에 혼자만 역행하는 것도 어렵거든요.”
오너와 주주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지배주주는 ‘내가 가진 한 주와 일반 주주가 가진 한 주는 동일하고, 이 회사는 공개 상장 회사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개 기업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소유한 회사입니다. ‘오너’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지배주주라고 할지라도 오너가 아니라 주주 중 한 명입니다. 이것이 경영 문화에 반영돼야 합니다. 이런 인식을 체화하지 않으면 여전히 ‘내가 오너야’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기업이 장기적으로 잘되기가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투자금을 받았다면 그만큼 투자자(주주)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배구조가 투자 차원에서도 점차 중요한 지표로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을 볼 때 고려할 부분이 있다면요.
“우선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만간 지분을 상속해야 한다면 주가가 낮아지길 원할 수 있으니까요. 또 지배주주가 기업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므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예전보다 신경 써야 합니다. 이사회 구성이나 정관도 열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그런 부분까지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는데요. 상법 개정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은 기업이 많아진 만큼, 투자자들도 이런 요소까지 포함해 기업을 선별하고 배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주주의 권한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배주주가 회사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한 이사회 구성, 주주 구성인지를 분명히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상장 시장처럼 기본적으로 주주를 보호해주는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스스로 살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만한 요소가 기업지배구조에 존재하는지를 보면서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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