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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경영 vs 전문경영인…체제는 달라도 ‘약한 고리’는 같았다

입력 2026-10-12 08:50   수정 2026-10-12 08:53

[커버스토리]



장기 전략과 과감한 투자에서는 총수 중심 경영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투명한 의사결정과 일반 주주 보호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선호됐다. ‘2026 베스트 오너십·베스트 금융 리더십’ 설문을 교차 분석한 결과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리더십의 조건은 어느 한쪽의 우위보다 ‘추진력과 견제의 균형’으로 모아졌다.

기업을 이끄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총수가 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총수 경영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편적이다.

공통점은 지배구조…한국 기업의 약한 고리

‘2026 베스트 오너십’과 ‘2026 베스트 금융 리더십’ 조사 결과에서 두 경영 체제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총수 중심 경영은 장기 전략과 과감한 투자, 위기 상황에서의 빠른 의사결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견제, 일반 주주 권익 보호에서 우위를 보였다.

먼저 일반 기업집단 총수와 금융지주 회장의 평가 순서는 같았다. 두 집단 모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이었으며, 가장 낮은 것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이었다.

총수 30명의 평균 평가 점수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이 3.394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해관계자 경영이 3.118점으로 뒤를 이었고,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은 3.047점으로 가장 낮았다. 금융지주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이 3.721점, 이해관계자 경영이 3.643점,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이 3.36점 순이었다.

이를 지수화해 경영 전문성을 100으로 놓았을 때 지배구조 지수는 총수 집단 89.8, 전문경영인 집단 90.3으로 격차도 거의 같았다. 경영 체제와 관계없이 지배구조가 상대적인 약점으로 나타난 셈이다.




다만 ‘평가의 분포’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총수 집단은 리더 개인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린 반면, 금융지주 회장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비교적 고르게 형성됐다. 경영 전문성 평가에서 상위 두 등급(A+·A) 비율은 금융지주 회장이 59.6%, 총수 집단은 44.3%였다. 반대로 하위 두 등급(C·D)은 총수 집단이 14.8%, 금융지주 회장이 4.6%였다.

이해관계자 경영에서도 A+·A 비중은 금융지주 회장이 55.9%로 총수 집단의 32.6%보다 높았다. C·D 비중은 총수 집단 22.9%, 금융지주 회장 4.3%였다. 총수 집단과 금융지주 회장의 점수 격차는 이해관계자 경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소유분산 체제가 주주 환원, 소비자 보호 등에서 앞선다는 인식을 지지하는 결과다.

지배구조 평가는 두 집단 모두 3개 평가 항목 중 상위 두 등급(A+·A) 비중이 가장 낮았다. 경영 체제에 관계 없이 지배구조가 국내 기업의 공통된 약점이라는 걸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장기 전략에 유리 87.4%…총수 경영의 힘

두 경영 체제의 차이는 전문가 95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실시한 지배구조 인식조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오랜 논쟁 가운데 하나는 총수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우열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장기 전략,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 속도, 경영 투명성, 소수주주 보호, 승계 안정성 등 여섯 가지 측면에서 어느 체제가 더 유리한지를 물었다.

먼저, ‘장기 전략의 일관성’에서 87.4%가 압도적으로 총수 경영을 선택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한 응답은 4.2%에 불과했다. 또한 ‘과감한 투자와 신사업 추진’에서도 총수 경영을 선택한 비율이 80%, 전문경영인 체제는 12.6%였다.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속도’ 역시 총수 경영이 64.2%로 전문경영인 체제의 23.2%를 크게 앞섰다. 장기적인 시각과 강력한 추진력은 곧 총수 경영의 ‘힘’으로 평가된다.





경영 투명성·견제는 전문경영인 우세

반면 ‘견제’에 해당하는 두 측면은 전문경영인이 더 유리하다는 게 시장 인식이다. ‘경영 투명성과 견제 기능’에서는 응답자의 89.5%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꼽았다. 총수 경영을 선택한 응답자는 단 1명(1.1%)에 불과했다.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72.6%로 총수 경영 3.2%를 크게 앞질렀다.

한편, 6개 측면 중 ‘승계·후계 구도의 안정성’은 총수 경영 43.2%, 전문경영인 32.6%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소유 분산 기업(총수 없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현직 경영진의 참호 구축(셀프 연임)’과 ‘정부·정치권의 개입(관치)’이 각각 31.6%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후보군 부족과 승계 프로그램 부재’가 21.1%,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14.7%였다.




실제 소유가 분산된 전문경영인 체제는 단기 성과주의와 ‘셀프 연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경영진이 스스로 영향력을 강화해 장기 집권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권력이 개입하는 것도 시장이 경계하는 부분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결국 독립적인 이사회가 CEO를 선임하고 견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가장 시급한 과제 1위도 ‘이사회 독립성’

이 같은 문제의식은 개선 과제를 묻는 문항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시장이 한 목소리로 지목한 것은 지배구조의 방향이었다.

‘국내 기업지배구조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 응답자들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 강화’를 46.3%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의 투명성’이 20%, ‘소수주주 권익 보호’가 16.8%로 뒤를 이었다.





앞선 실제 평가에서 총수와 금융지주 회장 모두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던 결과와도 맞닿는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여부와 관계없이 경영자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국 기업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지난 1년간 국내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82.1%였다. ‘다소 개선됐다’가 74.7%, ‘크게 개선됐다’가 7.4%였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5.8%, 악화됐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총수 기업은 ‘승계’, 금융지주는 ‘연임’

두 경영 체제를 비교할 때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다음 리더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다. 무엇을 기준으로 리더를 선임할 것인가에 대해 시장 인식을 확인해봤다.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을 묻자 60%가 ‘경영 능력의 사전 검증’을 선택했다.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도 23.2%였다. ‘승계 과정의 적법성(상속·증여세 등)’은 14.7%, ‘소수주주 동의 절차’는 2.1%였다.




총수 일가의 일원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기업을 경영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금융지주에서는 ‘연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횟수를 법·제도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의견은 44.2%(매우 찬성 10.5%·다소 찬성 33.7%), 반대는 30.5%(다소 반대 20%·매우 반대 10.5%)였다. 찬성이 더 많았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셀프 연임’ 및 장기 집권을 우려하는 동시에, 획일적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방식에도 충분한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수 기업에서는 가족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의 능력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문제라면 금융지주에서는 현직 CEO의 영향력과 외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누가 후임을 정할 것인지가 과제다. 서로 다른 지배구조를 갖고 있지만, 둘 다 결국 독립적인 이사회와 객관적인 CEO 검증 시스템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체제…58.9% “기업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총수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한국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는 어느 체제가 더 바람직할까’에 대해 응답자의 58.9%가 ‘업종·기업별로 다르다’고 답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리하다는 응답은 21.1%, 총수 경영이 유리하다는 응답은 16.8%였다.




앞서 장기 전략을 물었을 때는 87.4%가 총수 경영을 선택했고, 경영 투명성과 견제를 물었을 때는 89.5%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했다. 개별 기능에 대한 장단점은 분명하게 갈렸지만 어느 체제가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더 높이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6명이 한쪽을 선택하지 않았다.

바람직한 경영 리더십은 오너냐 전문경영인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리더십의 조건은 어느 한쪽의 경영 체제보다 ‘추진력과 견제의 균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장기 전략을 세우고 과감하게 결정하되 그 권한은 이사회로부터 견제받아야 한다. 승계나 연임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더라도 리더의 능력은 객관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결국 ‘누가 경영하느냐’보다 ‘어떻게 경영하고, 어떻게 견제받느냐’가 좋은 리더십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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