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인도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되찾았고, 롯데 초코파이는 현지 초코파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KT&G는 에쎄를 앞세워 소매시장에 진출했고, 한국 라면과 화장품도 판매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오랜 현지화로 자리 잡은 한국 브랜드에 한류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소비가 더해지면서 인도가 한국 소비재 기업들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의 경쟁력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과 구매 부담을 낮추는 판매 방식에서 나왔다. 옴디아는 갤럭시 A07·A17·A27 등이 출하량을 뒷받침하고, S26 시리즈와 폴더블폰 등이 고가 제품군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은행 캐시백과 보상판매, 장기 할부도 교체 수요를 지원했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기 위해 제품 선택 폭과 결제 수단을 함께 마련한 셈이다.
담배에서는 에쎄가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KT&G는 지난해 6월 현지 유통업체 케다라 트레이딩과 손잡고 인도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대도시를 시작으로 현지 소매점인 판숍과 현대식 유통점, 퀵커머스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쎄의 현지 사업에는 위조 제품 대응도 과제로 떠올랐다. KT&G는 지난해 ‘KT&G 인디아’ 등 회사명을 도용하고 에쎄 위조 제품을 제조·유통한 현지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정식 유통망에 안착시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식품에서는 현지 생활 방식에 맞춘 제품이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롯데 초코파이는 지난해 인도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겼고, 현지 초코파이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지난 7월에는 하리아나주 로탁 공장의 네 번째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해 연간 초코파이 생산능력을 약 33% 늘렸다.
롯데는 인도의 식문화와 기후에 맞춰 제품을 바꿨다. 마시멜로에 동물성 젤라틴 대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더운 날씨를 고려해 내열성 초콜릿을 적용했다. 한국에서 익숙한 상품을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만든 것이다.

화장품업체들은 현지 플랫폼을 통해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는 지난 8월 인도 뷰티 플랫폼 나이카에 독점 입점했다. 수분 관리와 모공·유분 관리 제품 등 총 10개 제품을 선보였다. 강한 자외선과 높은 기온, 계절별 습도 변화에 따른 피부 고민을 고려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기능성 제품으로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라면 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 자체를 찾는 수요도 나타난다. KOTRA 뉴델리무역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도 퀵커머스의 삼양·농심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지 플랫폼 제프토는 한국 식품 전용 섹션을 신설하고, 한국식으로 변형한 제품보다 정통 한국 브랜드가 더 잘 팔린다고 밝혔다. 한국식 맛을 모방하는 현지 상품과 한국에서 건너온 브랜드가 함께 시장을 키우는 구도다.
이들 사례는 인도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품목마다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면은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이 구매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간식은 식문화와 기후에 맞춘 조정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할부와 보상판매, 화장품은 현지 플랫폼과 가격 접근성이 소비층을 넓히는 수단이다. 한류가 만든 관심을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하려면 현지 소비자가 지불할 가격과 쉽게 구매할 경로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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