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후 6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들어선 제주도 김밥 브랜드 ‘다정이네 김밥’ 팝업스토어(팝업)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밥 한 줄을 주문하고 손에 넣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계산대 옆에는 “주문량 증가로 잠시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 팻말이 내걸렸다. 팝업 공간만으로는 대기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인근 매장 앞 복도까지 20m가 넘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던 로컬 브랜드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의 핵심 집객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입소문으로 탄탄한 팬덤을 쌓아온 소규모 지역 브랜드를 도심 한복판으로 불러들이자 소비자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역 기반의 소규모 브랜드들이 대형 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롯데월드몰에서 다정이네 김밥 팝업을 운영했다. 2011년 제주 서귀포시의 작은 가게로 출발한 다정이네 김밥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제주 3대 김밥’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최근 주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러브콜을 연이어 받고 있다. 이달 말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팝업을 선보일 예정이다.현지에서만 접할 수 있던 브랜드가 도심으로 들어오자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다. 실제로 이번 팝업 기간 하루 평균 매출은 1400만원을 웃돌았고, 일평균 방문객 수만 600팀에 달했다. 매장 개점 전부터 대기표를 받으려는 ‘오픈런’도 이어졌다. 브랜드 측에 따르면 매일 아침 개점 직후 120팀 이상의 대기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한때 대기 접수를 중단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러한 로컬 열풍은 F&B(식음료)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용산 아이파크몰은 낚시와 바다를 주제로 한 팝업을 열고 통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 ‘통영아가씨클럽’과 협업했다. 통영아가씨클럽은 굴과 고등어 등 지역을 상징하는 해산물과 문화를 의류·굿즈 등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행사가 진행된 일주일 동안 2000명이 넘는 고객이 해당 브랜드 부스를 찾았다.
유통업계가 지역 브랜드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오프라인 집객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각종 브랜드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가 오면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은 ‘지금 이곳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는 희소성으로 좁혀졌다. 특히 온라인과 SNS를 통해 이름은 알려졌지만 실제 구매를 위해서는 현지를 찾아야 했던 브랜드일수록 도심 팝업에서 높은 집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실제로 희소성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강력한 수단이다. 다정이네 김밥은 이번 팝업에서 제주 흑돼지를 활용한 9000원짜리 한정 메뉴를 선보였는데, 준비한 물량이 연일 일찌감치 소진됐다.
업계는 차별화된 로컬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내부 부서 간 협업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더현대 서울에서 전국 지역 브랜드 20곳을 소개하는 팝업 ‘에딧 뎁트, 네오 로컬’을 진행하고 있다. 에딧 뎁트는 현대백화점 마케팅 부서가 2022년부터 발행해온 온라인 매거진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브랜드와 지역 스토리를 발굴해 소개해왔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상품 소싱을 담당하는 바이어(영업 부서)의 역량이 결합했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온라인에 머물던 로컬 콘텐츠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컬 브랜드 입장에서는 도심 주요 상권에서 인지도를 넓힐 기회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현지까지 가지 않고도 특색 있는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모객 효과를 단순 수치로 환산하긴 어렵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색 브랜드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는 집객 효과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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