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뒤 갑작스럽게 시력 상실을 겪은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손상된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한 개인 상해 전문 로펌은 작년 이후 뉴저지주 법원에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하다 NAION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신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9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도 GLP-1 치료제가 NAION을 유발했고 회사들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송이 별도로 제기돼 있다.
다만 GLP-1 치료제와 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할 경우 NAION 발생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약 두 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위험이 2배가 되더라도 절대적 발생률은 낮아 평균적으로 복용자 1만명당 약 2명 정도가 NAION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한 안과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이 약 8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노보 노디스크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연구 결과가 엇갈린 이유로는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중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원래부터 NAION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관련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관련 제품의 유럽 내 설명서에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한 뒤 NAION이 발생한 환자 27명이 150만달러(약 21억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으며 추가로 38건이 심사 중이다.
이 같은 보상은 희귀·중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로, 독립기관인 덴마크 환자보상청이 보상 여부를 심사하며 노보 노디스크는 이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약물이 NAION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소송에 맞서고 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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