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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협하는 AI의 역설…기술 확장 ‘초크포인트’ 떠오른 인재

입력 2026-09-27 14:31   수정 2026-09-27 14:48

일자리 위협하는 AI의 역설…기술 확장 ‘초크포인트’ 떠오른 인재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가 반도체 엔지니어와 전기공·배관공 등 숙련 기능직을 비롯한 전문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AI 노출도가 높은 사무직과 초급 기술직의 신입 채용 문은 좁아지고 있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AI가 한편으로는 인재를 구하지 못해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아시아·미국 등 글로벌 AI 인력난 심화
27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반도체 업계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증설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 104잡뱅크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 대부분의 직군에서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가 두 개를 웃돌고 있다. 공장 건설 분야에서는 최대 12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인 ASE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올해 들어 설비투자 계획을 두 차례 높여 연초 70억달러(약 9조6929억원)에서 최근 105억달러까지 확대했다. 티엔 우 ASE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신규 증설을 위해 최소 3000명을 채용해야 하고, 내년에도 최소 1000명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며 “인재 채용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등 첨단기술 시설을 짓는 유나이티드인터그레이티드서비스의 한 임원은 “젊은 인재를 구하는 데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기도금 기술자 같은 핵심 기술직은 평균 연령이 이미 50세를 넘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한국도 AI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인력은 2010~2024년 연평균 5.3% 증가했다. AI 관련 채용공고는 최근 5년 동안 112% 증가했다. 정보기술(IT)뿐 아니라 제조·생산, 서비스, 미디어·광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AI 인력을 구하는 회사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데이터센터 건설인력이 부족해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7월 공개한 베이지북에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전기공 부족으로 지역 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 기반 시설(인프라) 건설이 동시에 늘면서 미국에서 전기공, 송전선 작업자 등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신입 채용 직격탄…AI發 고용 위기도
동시에 AI는 인력 감축을 유발하기도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술기업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약 14만명(지난 7월 기준)으로, 미국 전체 감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아마존, 오라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곳에서만 약 5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핀테크업체 블록은 지난 2월 AI 활용을 이유로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000여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신입 채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상위 10% 전공 졸업생의 첫 취업 가능성은 챗GPT 등장 이후 5%포인트 낮아졌다. 초기 소득도 13% 감소했다. 미국 법률인력 채용협회(NALP)에 따르면 500명 이상 변호사를 둔 미국 대형 로펌의 작년 신입 변호사 채용은 7.5% 감소했다. 대형 로펌 신입 채용이 감소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기업은 오히려 사람을 더 뽑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핀테크업체 램프와 노동시장 분석업체 레벨리오랩스가 미국 기업 약 2만2000곳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의 사무직 인력은 AI 도입 후 2년 동안 10.2% 증가했다. 신입 고용도 12% 증가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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