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에서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은 거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거래가격만 보면 강남 입성을 노릴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30억원 넘는 자기자금이 필요해 '그들 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토로가 나옵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전용면적 83㎡는 지난 4일 1층이 32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1월14일 7층에서 기록한 최고가 40억5000만원보다 8억원 낮습니다. 최고가와 최근 거래가격의 차이는 19.8%포인트입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6일 13층이 53억9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같은 면적대 다른 타입이 지난 5월19일 최고가 6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억1000만원 낮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 전용 79㎡는 지난 4일 9층이 41억6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10일에는 같은 면적의 1층이 40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 2월20일 8층에서 기록한 최고가 47억5000만원보다 각각 5억9000만원과 7억5000만원 낮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1·2·3차' 전용 131㎡는 지난달 14일 3층이 34억원에 매매됐습니다. 지난 5월9일 거래된 최고가(8층)인 39억원보다 약 5억원 낮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한 전문가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이 이들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강남권 주요 단지의 거래가격이 최고가보다 낮아졌지만 매수 문턱까지 크게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이들 거래가격이 모두 25억원을 웃돌기 때문입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됩니다. 주택가격과 대출 한도만 단순 비교하면 매매대금 대부분을 자기자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취득세와 중개보수 등 부대비용도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거래가격이 가장 낮은 개포주공7단지도 대출 최대 한도를 적용하면 자기자금 30억5000만원이 필요합니다. 매매대금의 93.8%에 해당합니다. 최고가보다 8억원 낮아졌지만 대출을 활용한 접근은 쉽지 않은 셈입니다. 잠실 우성1·2·3차를 매수하려면 최소 32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신반포2차의 40억원 거래는 38억원이 필요합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51억9000만원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신현대는 64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대출액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2억원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입니다. 매수자의 소득과 기존 부채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과 대출을 중심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매수자에게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반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한 갈아타기 수요자와 금융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자산가에게는 다른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와도 대출 규제로 접근할 수 있는 매수자는 제한적입니다. 잔금을 치를 수 있는 현금 여력을 갖췄다면 매수 경쟁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협의할 여지가 생깁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권으로 이동하려는 수요자에게는 상급지 갈아타기를 검토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급매는 내년 상반기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세제 개편안의 입법 과정과 내년 6월1일 과세 기준일을 지켜보던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둔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도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간헐적으로 매물이 나오긴 할 것 같다"며 "특히 재건축 단지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급매물이 불가피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실거주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데 실거주하기도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입니다. 남 연구원은 급매를 받아줄 매수자에 대해 "결국 현금이 충분히 있는 실수요자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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