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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사람을 태우는 것과 함께 떠나는 것의 차이

입력 2026-09-28 10:00  

<i>본 기고문은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누림센터)의 ‘팔도누림카’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실제 이동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다. 여행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를 당사자의 시각에서 전달하고, 팔도누림카 사업을 통해 누구나 제약 없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i>


오랫동안 나에게 이동의 불편은 ‘조금 번거로운 일’에 가까웠다. 휠체어를 타지만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고, 먼 지역을 오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이 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이동하는 사람 중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나 하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행을 갈 때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 좌석으로 옮겨 앉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실었다. 기차에서는 휠체어석 하나를 예매하면 됐고, 고속버스를 탈 때는 좌석으로 옮겨 앉은 뒤 짐칸에 휠체어를 넣기도 했다. 불편했고 때로는 미안했지만, 어쨌든 갈 수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익숙했던 도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열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과 휠체어 열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출입구의 턱부터 테이블 사이 간격,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와 장애인 화장실까지 확인해야 했고, 무엇보다 그 식당까지 모두가 함께 이동할 방법이 필요했다.

여행은 더 복잡했다. 크고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면 승용차나 기차, 고속버스 모두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숙소와 식당, 관광지 사이를 함께 이동할 방법까지 마련돼야 한다.

결국 장애인의 여행은 ‘어디에 가고 싶은가’보다 ‘갈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지는 일이 됐고, 갈 수 없는 곳은 아예 가고 싶은 목록에서 지워버리게 됐다.

그러던 중 누림센터의 ‘팔도누림카’를 알게 됐다. 팔도누림카는 휠체어 여섯 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일반 좌석을 갖춰 휠체어 이용자와 비장애인 가족·친구가 함께 장거리를 이동하고, 여행지에서도 같은 차량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마련된 특장버스다.

이 특장버스를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히 차량 한 대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기존의 이동수단이 ‘휠체어 이용자 한 사람을 어떻게 태울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팔도누림카는 처음부터 여러 명의 휠체어 이용자와 비장애인 일행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예외적으로 받아주는 것과 여러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이다.

물론 팔도누림카가 모든 여행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최소 이용인원이 10명으로 설정돼 있어 소규모 모임에는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장애인의 여행 역시 혼자 떠날 수도 있고, 가족이나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할 수도 있으며, 여러 사람이 단체로 떠날 수도 있는 만큼 이용 인원과 휠체어 대수, 여행 형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동지원 체계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이야기할 때 출근과 통학, 병원처럼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사람은 필요한 곳에만 다니며 살지 않는다. 바다가 보고 싶어 몇 시간을 달리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른 도시를 찾아가고, 별다른 이유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삶의 일부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이동에 거창한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나는 ‘나도 탈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제는 ‘우리도 함께 갈 수 있는가’를 묻게 됐다. 언젠가는 친구가 다섯이든 열 명이든, 휠체어가 몇 대인지부터 계산하지 않고 여행지를 먼저 고를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떻게 갈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갈지부터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그때 장애인의 이동은 비로소 ‘태워주는 것’을 넘어 ‘함께 떠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이 질문이 장애인에게도 자연스러운 여행의 첫마디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경기도의 ‘팔도누림카’ 사업이 반갑다. 장애인의 이동을 단순히 ‘태워주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누구와 어디로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동의 불편 때문에 포기했던 여행과 만남,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앞으로도 ‘팔도누림카’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이 더 넓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 김혜미 / 팔도누림카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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