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메스의 가죽이 얼마나 좋은 지 알지 못하고,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고양이 역시 다이아몬드의 캐럿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명품을 사준다. 수십만 원짜리 목걸이를 채우고 디자이너 하네스를 입힌다. 명품 브랜드가 만든 그릇에 사료를 담고, 여행에는 전용 캐리어와 담요까지 챙긴다. 럭셔리 산업의 새로운 고객이 네 발로 걷기 시작했다.
목에 걸어도 눈 부셨을 보석을 두른 고양이. 우아하면서도 장난스럽고, 무엇보다 자유로웠다. 블라디미르는 이후 광고 모델을 넘어 메종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고 다시 주얼리로 태어났다. 부쉐론에게 동물은 장식의 소재만이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진 존재였다.

물론 블라디미르가 부쉐론의 14캐럿 옐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이 흥미롭다. 고양이는 럭셔리를 욕망하지 않는데 인간은 왜 고양이에게 럭셔리를 입히는가.

에르메스가 대표적이다.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가 시작한 것은 핸드백이 아니라 마구와 안장이었다. 인간과 말을 연결하는 가죽을 만들던 기술이 오늘날 에르메스 장인정신의 뿌리가 되었다.
그러니 에르메스의 반려견 목걸이와 리드줄은 단순한 ‘펫 굿즈’와는 다르게 읽힌다. 좋은 가죽과 견고한 금속 장식, 새들 스티치. 인간을 위해 가방을 만드는 메종의 언어가 반려견의 목걸이로 이동했을 뿐이다.

루이 비통도 흥미롭다. 1854년 여행용 트렁크에서 출발한 메종은 이제 반려견의 하네스와 목걸이는 물론 이동과 휴식을 위한 펫 제품까지 만든다. 여행의 주어가 ‘나’에서 ‘우리’로 바뀐 것이다. 구찌는 반려동물을 아예 패션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GG 패턴의 목걸이와 하네스, 의류와 액세서리를 입은 강아지와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구찌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온다. 내가 구찌를 입고 내 강아지도 구찌를 입는다. 패션은 이제 한 사람의 스타일을 넘어 한 가족의 스타일이 된다.

2025년 유로모니터 조사에서는 Z세대의 68%, 밀레니얼 세대의 69%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비의 기준도 달라진다. 사료는 사람의 음식보다 더 고급화되고, 동물병원은 헬스케어가 되며, 목줄은 패션이 된다. 호텔과 여행, 보험, 장례까지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하나씩 반려동물의 세계로 복제된다.
산업에서는 이를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즉 반려동물의 인간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쩌면 동물이 인간처럼 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범위가 넓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87.2%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반려동물이 없는 가구에서도 68.2%가 이에 동의했다. 그리고 인식의 변화는 실제 지출로 이어졌다. 반려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2023년 15만4천 원에서 2025년 19만4천 원으로 늘었고, 월 25만 원 이상을 쓰는 가구도 15.6%에서 20.6%로 증가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을 단지 먹이고 기르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사는 방식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펫은 이제 귀여운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얼마나 많이 사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것을 사느냐’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럭셔리가 들어온다.
그렇다면 럭셔리 브랜드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고객이라기보다 기존 고객에게 새롭게 확장된 ‘가족’이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시장이 커졌다고 로고를 축소해 강아지 목걸이에 붙이면 그것은 비싼 굿즈에 그친다.
부쉐론의 블라디미르가 매력적인 것은 제품보다 이야기가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펫 제품이 자연스러운 것은 동물과 함께해 온 메종의 헤리티지 덕분이며 루이 비통 역시 ‘여행’이라는 DNA 안에서 반려동물과 만난다. 제품보다 먼저 세계관이 있어야 하며 펫 시장에서도 럭셔리의 법칙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함께 경험하고 싶어 한다. 욕망처럼 보이지만, 때로 그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인간의 오래된 방식이다.
그래서 펫 럭셔리는 흥미롭다. 사랑의 확장과 욕망의 확장이 가장 절묘하게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품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명품을 사준다. 럭셔리의 새로운 시장은 어쩌면 ‘펫’이 아니라, 우리가 새롭게 가족이라 부르기 시작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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