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327억. 지난해 공연시장은 티켓판매액 1조원을 훌쩍 넘으며 또 한 번 역대급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벌써 8000억을 돌파하며 거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K팝 공연의 경우, 외국인 관객을 불러 모으며 관광 유발 효과까지 내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대형 K팝 콘서트가 열릴 수 없어 현지 팬들이 공연 원정을 오는 사례가 많고, 이 밖에도 직접 K팝의 본거지에서 공연과 함께 음식·뷰티·전통문화까지 두루 즐겨보고자 하는 각국의 팬들이 한국을 찾는 추세다.
라이브 콘서트는 엔터사의 주요 수입원이자, 가수에게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종합적으로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창구다. 회차당 1만~2만명, 많게는 5만명까지 관객을 동원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공연장을 꽉 채울 다채로운 연출이 가미되고, 가수 역시 넓은 동선을 소화하며 새롭고 신선한 퍼포먼스를 보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안전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현장에는 수백~수천 명의 스태프가 배치된다.
대관료, 운송비, 자잿값, 인건비 등에 따라 티켓 가격은 오르기도 한다. 불가피한 상승이라고 할지라도, 반복 소비 성향이 큰 K팝 팬들에게는 더욱 민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른바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의 수고로움까지 겪기 때문에 가수나 기획사 모두 콘서트 무대에 심혈을 기울인다. 공연을 고대하는 팬, 좋은 퀄리티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하는 가수와 기획사의 노고가 한 데 집약된 공간이 바로 무대다.
그런데 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암표상들은 꾸준히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 30대 암표 업자가 예매한 티켓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방식으로 총 24억원어치를 판매한 뒤 아파트와 상가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암표는 오랜 시간 공연업계를 괴롭혀 온 문제였으나 처벌 근거가 빈약했다. 경범죄처벌법으로는 '나루터나 경기장에서 웃돈을 받고 표를 되파는 행위'로만 암표를 규정할 수 있었다. 이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판매까지 처벌 범위가 확대됐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해진 각종 수법, 개인 간 거래에까지 잣대를 들이댈 순 없었다.
결국 암표는 계속 기승을 부렸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가 지난 3년(2024년 5~11월, 2025년 5~12월, 2026년 1~8월)간 적발한 암표 거래는 총 26만6291건이었다. 티켓베이, X,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여러 플랫폼에 거래가 발생했다. 올해 기준 암표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던 가수는 그룹 방탄소년단(8912건)이었다. 이어 NCT 드림(7774건), 데이식스(6577건), NCT 위시(5895건), 임영웅(5145건), 싸이(4483건) 순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상습·영업적 암표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도구와 관계없이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 자체가 암표로 규정돼 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부정 판매자에게 판매금액의 2배부터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신설됐으며, 부정 구매 및 부정 판매를 신고한 이들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기준도 구체화했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사업자 조치도 의무화했다. 신고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예매처와 중고 거래 플랫폼에 부정거래 관련 게시물 작성자 정보와 정보통신망 접속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암표 처벌 강화, 플랫폼 사업자 의무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암표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거주자나 외국인이 해외에서 부정 구매·부정 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속지주의에 따라 국내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암표상이 늘어 엔터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 부분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잔존한 셈이다. 공연 현장에서 본인 확인을 하다가 잡음이 발생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회장은 "공연기획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암표는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과 그걸 막는 예매처와 기획사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공연에 대해 국내 팬 우선 예매를 시행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았던 방법에 관객분들은 불만이 많을 수 있지만, 어떤 게 관객들을 가장 위하는 방법인지 데이터를 쌓으며 시도하는 것이니 소비자분들도 좀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기획사, 공연 주체인 가수, 정당한 방식의 예매로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의 권리를 모두 빼앗는 부당한 수익 구조 자체를 끊어낼 방안은 거듭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암표의 기술'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서다. 이에 비공식 거래 원천 금지, 티켓 취소 요건 강화, 일본식 예매 추첨제 및 경매제 등이 언급된다.
규제가 국내로 제한되면서 해외 플랫폼으로 암표 거래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 우려도 있다. 음공협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 X(구 트위터) 이용자는 931건의 암표 판매 게시물을 올렸다. 이 계정의 매출액은 2억1698만원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오는 12월 전자상거래법상 '해외 사업자 국내 대리인 제도'가 가동된 이후 실효성을 짚어본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본인의 SNS에 아이돌 공연이나 해외 가수 내한 콘서트 등 티켓을 암표로 약 30배까지 비싸게 팔아 수십억 원을 번 암표 업자의 검거 사실을 공유하며 "지난 8월 28일부터 개정된 공연법이 시행되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정당한 관람 기회를 빼앗는 암표 거래, 끝까지 추적해 부당하게 챙긴 수익까지 반드시 환수하겠다"며 "암표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다가는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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