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라클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 중인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가동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계약상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을 꺼내 들었다.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에너지 공급 차질이 AI 데이터센터의 임대계약뿐 아니라 대규모 프로젝트 금융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오라클을 기존에 합의한 재정적 의무에서 실제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은 프로젝트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라클 대변인은 “프로젝트 주피터는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뉴멕시코 투자에 전념하고 있고 사업 추진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블루아울 측도 "이번 통지가 다년간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적 약속을 바꾸지 않는다며 양측이 프로젝트 추진에 완전히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멕시코 남부에 들어설 이 시설의 설계 전력 규모는 2.45기가와트(GW)에 달한다. 약 180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다. 그러나 사업은 에너지 공급 계획에 필요한 핵심 허가가 거부되는 등 차질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에너지트랜스퍼가 추진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뉴멕시코주 토지관리 당국이 노선 허가를 반복적으로 거부하면서 이달로 예정됐던 가동 시점이 2027년 2월1일로 약 6개월 연기됐다. 프로젝트 주피터는 블룸에너지의 가스 기반 연료전지를 전력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차질은 금융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약 20개 은행은 데이터센터 캠퍼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80억달러를 대출했으며, 이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 여러 초대형 부채 거래 가운데 하나다. 프로젝트 관련 채권은 이미 액면가 1달러당 90센트 아래의 부실 우려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오라클의 불가항력 통지가 예방적 조치라고 하더라도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 대주단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이유다.
이번 통지는 AI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의 안정성에도 다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데이터센터 계약에는 서비스가 예정된 시점에 시작되지 않을 경우 고객이 계약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구글도 올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2029년 중반까지 컴퓨팅 자원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특정 시점까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면 계약을 종료할 권리를 확보했다.
오라클의 불가항력 통지가 실제 지급 의무 조정으로 이어질지, 프로젝트가 2028년 예정대로 가동될지가 향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공급 관련 인허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주피터의 일정 차질이 임차인과 개발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주단과 AI 데이터센터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배분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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