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가족 소유 원룸의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관리를 도맡아 온 사람이 보증금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한 임차인에게 보증금 5000만원을 받은 뒤 계약이 끝나고도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결국 건물 지분을 가진 다른 형제가 임차인에게 5000만원을 대신 지급하고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 다른 임차인에게도 계약 종료 후 보증금 4000만원 중 3000만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업무상 보관하던 임대차보증금을 횡령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모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보증금을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빼돌릴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각 임차인이 낸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해당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사용했더라도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만큼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같은 관리 방식에 비춰 보증금의 용도가 특정 임차인에게 그대로 반환하는 것으로 엄격히 제한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건물 자금의 사용 목적과 사용처 등에 상당한 재량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일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더라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불법영득의사를 함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