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전략투자 본격화를 앞두고 내년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과 한미전략투자채권을 합쳐 최대 150억달러의 외화 조달창구를 정부가 마련한다. 외평채 발행 한도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고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한미전략투자채권 발행에도 나선다. 대미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대규모 달러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26일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올해 5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30억달러(60%) 확대하기로 했다.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고치인 2009년의 60억달러를 넘어선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 외평채 10억달러를 감안하면 발행 한도를 모두 사용할 경우 순발행 규모는 최대 70억달러다
외평채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내년 대미투자에 따른 외화 수요 증가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발행 한도를 늘린다. 다만 발행 한도를 모두 소진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발행 규모는 외환시장 상황과 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채권 발행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2027년 한미전략투자채권에 대한 국가보증 한도를 70억달러로 설정했다. 공사는 내년 공모·사모 방식으로 70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해 대미투자 재원을 조달한다. 만기는 20년이며 정부가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출범한 공사는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라 전략투자 재원을 조성하고 투자사업을 관리하는 전담 기관이다.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와 한미전략투자채권의 국가보증 한도를 합치면 150억달러다. 정부와 공사가 각각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면서 대미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해외 금융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가 외화 조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대미 전략투자가 구체적인 사업 선정과 자금 집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첫 번째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보고했다. 총사업비가 223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 3호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검토 중이다.
대미투자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투자재원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최대 200억달러의 대미투자 자금을 집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같은 기간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매년 7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연간 최대 130억달러는 정부·금융회사 차입금과 투자금 외환보유액 운용수익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외평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도 대미투자 재원 마련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하지만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자산 운용과 정부의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 대미투자 재원 확보를 뒷받침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보증한 외화채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국민연금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외화채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사들이는 대신 해외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이 허용되면 정부의 대미투자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국내 외환시장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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