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를 대표하는 조선 3사가 부유식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부지와 전력난에 막힌 육상 데이터센터의 대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올해 말 첫 번째 국내 조선사의 유의미한 수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 전시회 '가스텍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모델을 공개하고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모델은 미국선급(ABS)으로부터 개념설계 기본인증(AIP)도 받았다.

한화오션은 모듈화 설계를 적용해 설치 지역과 고객 요구에 맞춰 발전 방식과 서버 종류, 용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한화그룹의 발전·에너지, 유지보수, 보안 역량을 '패키지'로 묶어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조선 3사 중에서 가장 먼저 부유식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발표한 업체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50㎿급 FDC 개념설계 인증을 받았고,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ABS로부터 200㎿급 AIP를 획득했다.
회사는 그리스 선주사인 캐피탈·영국 로이드선급(LR)과 3자 협약도 체결했다. 현재 미국 AI 서버 업체인 슈퍼마이크로와 해상 환경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기술을 함께 검증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세계적 전력인프라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부유식 구조물과 발전선 설계·건조를 맡고, 슈나이더는 전력 관리와 고밀도 AI 서버 냉각, 통합 제어 기술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 모두 FDC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조선사들이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물 위에 떠 있는 데이터센터다. 업계에서는 'FDC(Floating Data Center)'라고도 부른다. 이 설비가 각광받는 이유는 지상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때 난제로 꼽히는 부지, 전력, 냉각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바다 위에 띄우는 설비인 만큼 토지 매입과 복잡한 인허가, 소음·전자파 민원 부담이 적다. 주변 바닷물을 냉각수로 바로 쓸 수 있어 냉각 에너지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부유식 데이터센터에 발전설비를 함께 싣거나 부유식 발전선을 연계하면 전력망 걱정 없이도 곧바로 가동할 수 있다.

또한 조선 회사들이 표준화한 공정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도 육상보다 짧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있는 곳으로 부유식 데이터 센터 자체를 옮길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선사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대형 부유 구조물 위에 서버 시설과 각종 전력·냉각 설비를 통합하는 형태로 만든다.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등을 건조해온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특화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 등은 발전용 엔진 기술도 갖추고 있어 기술 응용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현재 각사는 빅테크, 데이터센터 개발사(디벨로퍼) 등과 수주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유의미한 수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미국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무스테리안(M3) 간의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무스테리안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복합화력발전소 인근에 500㎿급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짓는 '프로젝트 제우스'를 공개했다.부유식과 육상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형태로, 2028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M3가 삼성중공업을 사실상 독점 파트너로 정한 만큼 본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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