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고스트 타운’(유령 도시)이라 불릴 정도로 상권 공동화가 심했던 서울 여의도가 새로운 리테일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와 외국인의 쇼핑 성지가 된 더현대 서울에 이어 프랑스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한국 분관 유치와 함께 63빌딩 별관에 들어선 체류형 복합 공간이 집객 효과를 내면서다.
28일 퐁피두센터 한화를 운영하는 한화생명에 따르면 63빌딩 별관에 퐁피두센터 분관이 들어선 이후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이 30만 명을 넘어섰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아쿠아리움과 오래된 식음료(F&B) 매장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공간이다. 한화그룹은 2023년 3월 퐁피두센터와 한국 분관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은 뒤 2024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6개월에 걸쳐 이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전시 관람객이 같은 공간에 머물며 식사와 쇼핑까지 연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짠 것이 핵심이다.
전시 공간에서 나오면 자연스럽게 커피와 작은 소품을 파는 공간으로 발길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배치한 건 일본의 ‘%아라비카 커피’ 매장이다. 유명 브랜드로 시선을 끈 뒤 ‘루밍&헤이’ ‘프레젠트모먼트 호호’ ‘포셋’ 등 소품 숍과 가구 매장으로 시선이 이어지도록 했다.
한화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F&B 브랜드 발굴에 힘썼다. 프랑스 유명 디저트 브랜드 ‘피에르에르메 파리’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집객 효과가 높다. 일본판 캐치 테이블로 불리는 ‘타베로그’에서 도쿄 라멘 부문 1위에 오른 ‘라멘야시마’ 하와이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등도 이곳에 한국 첫 매장을 냈다. 총 25개 매장이 있는 리테일 공간의 리뉴얼 이후 지금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15만 건에 달한다.
한화는 공간 기획 단계부터 평일 비즈니스 수요뿐 아니라 주말 나들이 수요까지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으로 설계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 변에 있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을 벤치마킹했다. 테이트 모던은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로, 연간 약 7000만파운드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 설계를 자문한 CBRE코리아의 김용우 리테일 총괄 상무는 “문화 시설의 집객력이 주변 소비로 파급될 수 있도록 방문객의 동선을 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의도가 오피스 밀집지가 아니라 상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21년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이 여의도역 인근 상권을 부활시켰다면,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강 변까지 소비가 일어나도록 상권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63빌딩 전망대(60층 스카이 피크닉)에 올라 야경을 보고, 소품 숍에서 산 와인과 치즈를 들고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관광객 등도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성 직장인 위주로 돌아가던 여의도 상권이 F&B와 쇼핑, 전시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진화하며 구매력이 높은 여성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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