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 김윤자 씨(76)는 2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농지 일부가 고속철도(KTX) 관련 사업 부지에 포함되는 일을 겪게 됐다. 김씨는 이 땅을 국가철도공단에 빌려줬고, 계약은 지난 4월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땅을 돌려받은 것은 넉 달가량 지난 8월이었다. 같은 달 정부에서 농지를 전수조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씨는 “국가사업 때문에 농사를 못 지은 것인데 농지 전수조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농지 전수조사로 농촌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전수조사를 둘러싼 반발에 후속 대책을 발표하는 등 한발 물러섰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농, 농지 임대차가 얽힌 농촌의 현실을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항변한다. 나이가 들어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농민은 이웃 전업농에게 땅을 맡기고, 부모에게 농지를 물려받았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녀는 지역 농민에게 경작을 맡기는 상황에서 경자유전 원칙만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업농은 이런 땅을 빌려 영농 규모를 키웠고, 농지를 살 자금이 부족한 청년농 역시 임차농지에 의존해 왔다.
지주는 행정처분을 걱정해 땅을 돌려받으려 하고, 임차농은 하루아침에 농사지을 땅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농사를 그만두려는 고령 농민은 농지를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 해도 가격이 더 떨어질까 걱정한다. 제주지방법원 경매에 나온 서귀포시 성산읍 농지(7090㎡)는 감정가 14억2996만4000원에서 올해 세 차례 유찰돼 다음 경매 최저가격이 34.3%인 4억904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반발이 커지자 농식품부는 위반이 확인돼도 곧바로 처분하는 것은 아니며, 중대한 위법이 아니면 1년의 자진 정비 기간을 주고 이후 성실 경작 시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는 “농촌은 이미 땅을 가진 사람과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다른 구조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다”며 “투기성 농지와 생계형·관행적 임대차를 같은 잣대로 다루면 결국 실제 농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정진욱/천안=강태우/전남광주=임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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