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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어머니' 다룬 연극 다음달 개막…"전쟁과 욕망의 본질은?"

입력 2026-09-28 14:09  

'오이디푸스 어머니' 다룬 연극 다음달 개막…"전쟁과 욕망의 본질은?"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합했다가 스스로 눈을 찌른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 이오카스테는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상상력을 통해 이오카스테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다. 그저 고통을 겪는 존재가 아니라 파국을 막아 보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정치적 인물로 그려진다.

국립극단이 이 희곡 '이오카스테'를 10월 28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올린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네 번째 작품이다. 쉼멜페니히는 이 작품에 대해 "한 인간이 말과 공감, 그리고 상상하는 힘만으로 이미 정해진 듯 보이는 역사의 흐름을 멈춰 세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깊은 혼란과 불안을 겪은 이오카스테가 이제는 두 아들의 전쟁을 중재하려 고뇌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서사와 각 인물의 선명한 욕망은 어머니이자 중재자인 이오카스테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한 인간의 책임과 무게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오카스테의 장남 에테오클레스가 동생 폴리네이케스에게 왕권을 넘기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면서 시작된 갈등은 형제간의 대립을 넘어 끝내 피의 결투라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이오카스테는 연신 평화로운 공존과 '선택권'을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호소다. 이런 간절한 목소리에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은 결국 모두의 선택을 집어삼키며 비극을 향해 나아간다.

서지혜 연출은 신화의 공간과 현대적 공간을 교차시키는 과감한 연극적 시도를 통해 전쟁의 본질과 인간의 욕망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한다. 테베의 일곱 성문 앞 전투에는 순항미사일과 스나이퍼, UN, 종군기자 등 현대의 내전 상황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고대와 현대의 경계를 분간할 수 없는 시공간적 혼돈을 경험하며, 오늘날에도 되풀이되는 전쟁의 참상과 인간 욕망의 본질을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신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 위에서 이오카스테는 고대의 비극을 넘어 오늘의 현실과 맞닿는 인물로 새롭게 살아난다.

극 중 테베 왕권의 이인자 크레온의 둘째 아들 메노이케우스는 자신이 바로 '용의 이빨'에서 태어난 후예이자, 전쟁을 멈추기 위해 사라져야 할 존재라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희생한다. 메노이케우스의 자결로 테베는 피로 물들지만, 한 사람의 희생조차 전쟁의 흐름을 막지 못하는 현실은 반복되는 폭력의 참혹함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무대 위 울려 퍼지는 총성과 사이렌, 짙은 분진과 함께 무대를 덮는 낭자한 핏빛의 사실적 묘사는 전쟁의 비극적 현장성을 극대화한다. 극은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무고한 어린이들이 폭력에 짓밟히는 현실을 여과 없이 포착해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의 폭주가 초래한 참상을 서늘하게 폭로한다.

작품 속 미디어는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인간의 시선과 사고를 통제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5부작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대형 무대 구조물 '빌보드'는 무대 위에서 뉴스를 송출하며 현대 문명의 단면을 보여준다. 동시에 끊임없이 정보와 욕망을 주입해 현대인의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사고를 통제하는 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선명하게 포착해 낸다. 작품은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편리함과 발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문명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왔는지 생각하게 한다.

서 연출은 “윤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점은 이오카스테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라며 “전쟁을 단순히 파괴와 슬픔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문명과 인류의 역사라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본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멈추지 못하는 문명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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