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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오르자 곳간 지키는 신흥국들...과세에 자체 인프라까지

입력 2026-10-01 11:06   수정 2026-10-01 13:28


국제 금값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금 생산국들이 자국산 금을 국내에 남겨두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금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금 거래와 정제 등 자체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이다.

최근 런던 금 현물가격이 트로이온스당 4300달러(약 596만원) 안팎까지 오르며 국제 금값은 지난 30년간 12배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 속에 주요 산금국들이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금광 생산량 6위인 라오스는 금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라오스의 지난해 금광 매장량은 500~1000t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의 금광석이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유엔의 최빈개도국(LDC) 단계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라오스는 금을 직접 정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4년에는 현지 기업과 공동 출자해 금 전문은행인 라오불리온은행(LBB)을 설립했다. LBB를 중심으로 정제시설 등 귀금속시장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인도네시아도 세금을 통해 자국 내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세계 10위 산금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금 수출에 7.5~15%의 세금을 부과해오기 시작했다. 연간 100t이 넘는 금을 생산하지만 국내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프리카의 금 생산국들도 자국산 금을 국내에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중앙은행은 2020년부터 국내 생산 금을 사들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가 금 보유고를 확충하고 있다.

가나는 공급망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나 정부와 세계금협의회는 지난 7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영세·소규모 금광업의 공식화를 비롯해 공급망 투명성 강화와 불법 금 거래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금을 공식 공급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처리시설 네트워크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처럼 산금국들이 자국산 금 확보에 나서는 배경 중 하나로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꼽힌다. 금은 특정 국가의 정치·재정적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산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 목적의 금 수요도 늘고 있다. 골드바·금화와 금 ETF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금 투자 수요는 2175.3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금 생산국이 자국 내 정제와 비축을 강화할수록 국제 금 공급망의 원료 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귀금속 시장조사업체 메탈스포커스의 니코스 카발리스 싱가포르 매니징디렉터는 "산금국의 정책 변화가 기존 국제 정제업체들의 원료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염 그림 외환 및 원자재 영업 디렉터도 "산금국들이 원광 수출보다 자국 내 정제와 비축을 우선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장기적으로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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