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밴 플리트 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양사 간 협력 관계를 이 같이 표현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엔비디아와 SK의 역할을 '두뇌'와 '기억'에 빗댄 것이다.
29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2026 연례 만찬(Annual Gala)'에 참석해 밴 플리트 상 수상자인 젠슨 황 CEO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건배를 제의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날 때마다 반복됐던 질문부터 꺼냈다. 그는 "제가 젠슨을 만날 때마다 그가 던지는 첫 질문은 항상 이것이었다. '더 빠르게 만들 수 없나'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처럼 우리도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라며 "그러니 오늘 밤 이 건배사도 예정보다 빠르게 끝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SK의 관계를 재치 있게 설명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SK의 파트너십은 아주 단순하다.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기억을 만든다"며 "엔비디아가 번개처럼 빠르게 생각하면 SK는 그 기억이 절대 잊히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의 변화도 데이터센터에 빗댔다. 최 회장은 "70여년 전, 밴 플리트 장군께서는 전장에서 한미 동맹을 구축하셨다. 70년이 지난 오늘날엔 젠슨 황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며 "이제 그 최전선은 전장이 아닌 '데이터센터'로 바뀌었고 이 진격을 이끄는 사람은 군복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 특유의 화법을 활용한 농담도 나왔다. 최 회장은 "'젠슨의 법칙(Jensen's Rule)'에 대해 들어보셨나. '많이 살수록, 많이 아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회계팀은 아직도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가 더 크게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면서 파트너가 된 데 대한 기쁨도 나타냈다. 마지막 건배에서는 "젠슨 황과 그의 가족, 그리고 한미 동맹을 위해, 우리의 파트너십이 GPU 수요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선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 이어 밴 플리트 상을 받은 '2대(代) 수상자'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이번 건배사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는 양사 간 관계와 한미동맹의 범위가 안보·통상을 넘어 AI·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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