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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 더는 안 키웁니다"…100년 만에 간판 내리는 여대 [도쿄나우]

입력 2026-09-29 15:19   수정 2026-09-29 15:37

"현모양처 더는 안 키웁니다"…100년 만에 간판 내리는 여대 [도쿄나우]



일본 여자대학이 공학·데이터사이언스·법학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적합한 학문’으로 여겨진 인문·가정·교육계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저출산과 남녀공학화 확산 속에서 일본 여자대학이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일본 여성 교육의 역사와 여자대학의 변화상을 분석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인 무코가와여자대학은 2027학년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반면 교토여자대학은 여자대학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여자대학 선언’을 발표했다. 여자대학을 둘러싼 선택이 엇갈리는 가운데 존립 방식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일본 여성 교육의 출발점은 1899년 제정된 고등여학교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여학교는 ‘국가의 기둥’으로 여겨진 남성을 뒷받침할 중산층 아내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교육 이념도 ‘현모양처’ 육성에 맞춰져 있었다.

전후에는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원칙 아래 남녀공학이 확대됐고 여성에게도 대학 진학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1948년 5개 여자대학이 출범한 이후 여자대학 설립도 잇따랐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문호가 열렸다고 해서 남녀 간 진학 격차가 곧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는 ‘남자는 4년제 대학, 여자는 단기대학’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990년대에 들어설 때까지 10%대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여자대학은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80년대까지 대학에 진학한 여성의 4분의 1~3분의 1가량이 여자대학을 선택했다.

문제는 여자대학의 전공 구성도 당시 사회의 성별 역할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전공은 주로 인문·교육계열에 집중됐고, 여자대학 역시 전쟁 전 여자전문학교를 모태로 한 경우가 많아 인문학과 가정학 중심으로 학부가 구성됐다.

히로이 다즈코 짓센여자대 부학장은 “여자대학 역시 ‘여성다움’이라는 젠더 편견에 얽매이면서 전공 분야의 남녀 격차를 유지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여자대학 다움 탈피하는 것이 숙제"
변화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18세 인구 감소와 함께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졌고 단기대학 진학률은 낮아졌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취업 빙하기 이후에는 여성의 취업률이 남성을 웃도는 현상도 나타났다.

여성의 전공 선택도 달라졌다. 인문계 비중이 줄고 경제·경영 등 사회과학 계열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었다. 반대로 여자대학의 대표 전공으로 여겨지던 가정학 계열은 지원자가 감소하면서 ‘여자대학 이탈’ 현상이 본격화했다.

위기에 직면한 여자대학들은 2000년대 이후 학부 개편에 나섰다. 기존 인문계 학과를 ‘문화’ ‘언어’ ‘커뮤니케이션’ ‘국제’ 등으로 재편하고, 보육·교육·간호·심리·약학처럼 자격증 취득과 연결되는 분야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런 개혁 역시 기존의 ‘여자대학다운’ 학문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간호·심리 등도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폭이 한층 커지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이나 학생 모집 중단이 잇따르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자대학에서도 경제·경영, 법학, 공학, 데이터사이언스, 건축, 농학 등 기존에는 여성 전공과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던 분야의 학부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본 여자대학의 새로운 국면으로 보고 있다. 전쟁 전부터 이어져온 ‘여성에게 어울리는 전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여자대학이 전통적 정체성을 벗어나는 만큼 일반 종합대학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대이기 때문에 선택받는 시대’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대학인가’로 경쟁의 기준이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여자대학이 이제 기존의 '여자대학다움'에서 어떻게 탈피하느냐가 향후 존립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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