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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연봉 1억 넘는데"…반도체 초호황에도 못 웃는 이유

입력 2026-09-30 06:00   수정 2026-09-30 07:49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11%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대만에서 업종에 따라 연간 급여가 다섯 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가계소득과 소비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산업과 부문별로 회복 속도가 엇갈리는 'K자형 성장'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반도체로 몰리는 돈과 사람

지난 29일 대만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상장 반도체 기업의 평균 연간 급여는 258만대만달러(약 1억1000만원)로 관광업 상장사의 54만3000대만달러보다 약 4.8배 많았다. 대만증권거래소와 타이베이거래소가 집계한 수치다. 이 매체는 AI 관련 산업의 성장에도 상당수 전통산업은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주계총처가 지난달 내놓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1.05%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공급망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고 있다. 다만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퍼지고 있는지를 놓고는 현지에서도 다른 진단이 나온다.

주하오 대만 상업발전연구원 상업발전·전략연구부문 책임자는 대형 기술기업으로 자원이 쏠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투자자금과 숙련 인력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자원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전통기업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 사업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텔과 가구업계에서는 비용 부담과 투자 쏠림을 호소했다. 데이비드 딩 FDC인터내셔널호텔 사장은 인건비와 식재료비 상승에 고가 고객을 겨냥하는 업체가 늘었지만, 인력 부족과 수익성 악화로 시장에서 밀려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가구업체 셰인글로벌홀딩의 제이 셰인 회장은 미국 관세와 물가 상승, 수요 둔화에 더해 투자금이 AI 관련 산업과 증시로 향하면서 가구업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업종 전체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대만의 2분기 실질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5.91% 증가했다. 유통업체 에슬라이트스펙트럼도 올해 매장 방문객이 전년보다 약 10% 늘었다며 AI 산업 발전이 소비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업종별로 호황을 누리는 정도가 다른 셈이다.
한국도 수출과 지갑 사이 '격차'
반도체와 다른 산업 사이의 격차는 한국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의 지난 2월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제조업과 여타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격차는 2024년 하반기 5.0%포인트에서 지난해 상반기 8.2%포인트, 3분기 9.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은은 반도체 등 IT 제조업에 성장이 편중되는 현상을 'K자형 경제'로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출 호조와 가계 구매력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월 25.9%에서 올해 8월 약 47.5%로 높아졌다. 반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황의 과실이 내수로 뚜렷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계소득도 정부 지원 등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랐다. 올해 2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지만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하면 1.3% 줄었다. 공적이전소득을 뺀 실질소득은 1분기에도 0.3% 감소했다. 연구원은 수출 호조에도 가계 실질소득이 부진한 상황이 K자형 양극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업종의 임금 상승이 소비 전반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고소득층에 소득 증가가 집중되지만 늘어난 소득이 소비보다 저축이나 자산 축적으로 흡수되는 경향을 짚었다. 또 임금 상승 폭이 큰 대기업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경제 전반의 임금 상승 압력은 과거 평균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높은 성장률에 안주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수의 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금리 인상이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경계했다. 확보된 재정 여력을 중장기 성장 기반 확충과 중소기업·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만에서는 전통산업의 AI 활용 문턱을 낮추자는 제안이 나왔다. 주 책임자는 전통기업이 기술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필요는 없다며, 가령 나사 제조업체라면 기존 제조 역량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AI 인프라를 임대하거나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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