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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0억 추가 청구 기각"…정부, 다야니 2차 ISDS 전부 승소

입력 2026-09-30 11:31   수정 2026-09-30 13:46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Dayyani) 가문이 제기한 7700억원 규모의 2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전부 승소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1차 ISDS 배상금 지급이 늦어진 것을 문제 삼아 제기된 후속 분쟁에서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730억 배상 뒤 7700억 추가 청구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28일 다야니 일가 6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ISDS에서 청구인 측의 약 7700억원 규모 배상 청구를 만장일치로 전부 기각했다. 다야니 측에는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원과 중재행정비용 약 8억원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야니 일가는 이란 최대 가전·석유화학 기업인 엔텍합(Entekhab)의 창업주이자 지배주주 가문이다. 이들은 2010년 자회사 D&A를 통해 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계약보증금 약 578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투자확약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몰취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다야니 측은 계약보증금 몰취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 위반이라며 2015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1차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한국 정부가 다야니 측에 약 730억원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정부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지만 2019년 12월 패소가 확정됐다. 정부가 패소 확정된 첫 ISDS 사건이다.

문제는 배상금 지급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로 정부가 다야니 측에 외화로 배상금을 지급하려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승인이 필요했다. 정부는 2022년 1월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4월 1차 판정에 따른 배상금과 이자 등 약 858억원 가운데 622억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했다.

나머지 약 236억원은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명령에 따라 공탁했다. 위니아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다야니 일가 중 레자 다야니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소송 과정에서 해당 배상금 채권에 가압류가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야니 측은 정부의 배상금 지급이 완료되기 전인 2021년 10월 다시 ISDS를 제기했다. 배상금을 제때 받았다면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놓쳤다는 논리였다. 당초 약 1조2600억원의 손해를 주장했다가 중재 과정에서 청구액을 약 7700억원으로 줄였다.
관할권은 인정…본안에서 정부 손 들어줘
정부는 우선 1차 ISDS에서 발생한 배상금 채권 자체가 투자보장협정상 보호 대상인 '투자'가 아니어서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정부는 배상금이 애초 몰취된 계약보증금의 등가물로서 기존 투자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관할권을 인정했다. 1차 판정의 기판력이 2차 사건에도 미친다는 정부 주장 등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부는 본안에서 갈렸다.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가 이란 국적 투자자에게만 OFAC 승인을 요구해 배상금 지급을 늦춘 것이 부당한 차별이며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와 국제경제 질서를 고려하면 정부가 OFAC 승인을 받은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 다야니 측에 대한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인 대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1차 판정을 상대로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중재지 법률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봤다.

배상금 일부를 직접 지급하지 않고 국내 법원 명령에 따라 공탁한 조치도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적법한 압류·추심명령을 정부가 준수한 것일 뿐 외국인 투자자를 부당하게 대우한 것이 아니라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판정부는 '자유로운 송금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해당 조항은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자산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정부가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일 뿐 정부가 직접 외화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1차 중재판정의 이행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ISDS를 제기할 수 있다는 다야니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부는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한 투자자는 집행지 법원에서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하며, 판정 불이행을 이유로 다시 ISDS를 제기하는 방식은 투자협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이번 판정으로 약 7700억원의 추가 배상 위험을 해소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1차 ISDS 판정의 집행 문제를 다시 별도의 ISDS로 가져가는 이른바 '꼬리에 꼬리를 무는 ISDS'를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향후 다야니 측이 판정 정정·해석·보충 신청이나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할 방침이다. 정부 측 대리는 국내 법무법인 피터앤김과 미국 로펌 아널드앤포터(Arnold & Porter)가 맡았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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