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9월 20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운 중요 전투무기체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한 것은 한국에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온다. 신형 무기는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은 최근 수년 동안 단거리와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연이어 실시하고 있다.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다. 그만큼 한국의 안보 상황은 더욱 위중해졌다. 김정은은 이번 시험에 대해 “첨단 국방기술력의 과시이며 무력 현대화에서의 뚜렷한 갱신”이라며 ‘불가항력’이라고 의미를 뒀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시속 6120km) 이상의 속도로 저고도 비행을 한다. 초고속인 데다 변칙 기동을 해 탐지가 매우 어렵다. 북한이 이런 기능을 가진 SRBM을 확보했다는 것은 언제든 한국 전역을 핵미사일로 수분 내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 중부 지역에서 서울까지는 1~2분 이면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시작한 것은 2021년 9월이다. 이후 수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성능을 진전시켰다. 3차 시험까지는 1단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2024년 4차 시험 이후부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에 고체연료 2단 미사일을 사용했다.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에 시간이 필요한 액체 방식과 달리 곧바로 발사할 수 있어 방어하기 어렵다. IRBM급에 고체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주일·괌 미군기지가 위협을 받게 됐다.
1차 시험 땐 비행 거리와 고도가 각각 200km, 30km밖에 안 돼 비행 성공으로 단정하기엔 미흡했다. 북한은 2022년 1월 2차 시험 땐 다계단 활공 도약 비행과 강한 측면 기동을 결합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계단 활공 도약 비행은 미사일에서 분리된 활공전투부가 대기권 재진입 후 상하로 오르내리는 ‘물수제비’ 형태로 징검다리식 도약 비행을 수차례 반복하며 요격을 회피하는 기술이다. 강한 측면 기동은 발사 후 측면으로 선회 기동해 표적에 명중하는 방식이다. 하강·상승과 좌우 측면 기동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 지점을 찾기 매우 어렵다.
2022년 1월 3차 시험 발사에선 활공 및 측면 기동 성능이 향상됐다. 북한은 활공과 재도약을 하고 발사 지점과 목표 지점에서 240km 측면 선회 비행을 통해 1000km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주일미군 기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4차 시험 땐 2단형 고체연료를 사용했고 5차 땐 활공 측면 기동과 사거리를 대폭 늘렸다. 2025녀 1월 6차 시험 땐 고도를 대폭 낮춘 활공 능력에서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9월 20일 ‘화성-11마-1’ 개량형 시험 땐 3시간 간격으로 연이은 발사를 통해 다양한 사거리(각 450km·600km) 실전 능력을 보여줬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나섰다. 소련의 R-27을 역설계해 기술 습득을 시작했다. 북극성 1호는 2016년 4월과 7월 실패한 뒤 8월 500km 비행에 성공했다. 북극성-2호는 북극성-1호를 지상발사형(MRBM·준중거리탄도미사일)으로 개조·발전시킨 미사일이다. 발사관 내에서 가스 압력으로 미사일을 밖으로 튀어 올린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지상에서 적용했다. 사거리는 1200~2000km로 추정되며 한국과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북극성-3호는 2023년 9월 진수된 전술핵 공격잠수함(김군옥함)에 탑재할 수 있으며 최대사거리는1900km다. 역시 한국의 주요 목표물과 일본 내 대부분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2019년 10월 수중 플랫폼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북극성-3호는 910km까지 상승했다가 450km 비행해 바다에 낙하했다. 직경은 1.4m, 길이는 8.2m 정도로 미국의 초기 SLBM인 폴라리스와 비슷하다(권용수 ‘북한의 미사일 위협 평가’).
북극성-4ㅅ호는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다. 직경은 약 1.8m, 길이는 약 9.8m로 북극성-3호보다 20% 이상 크다. 사거리는 3000km 이상이다. 북한 근처 바닷속에서 괌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2021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최대사거리가 5400km에 달한다.
2021년 1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5ㅅ형은 직경 1.8m, 길이는 10.5m로 관측됐다. 북한이 ‘세계 최강의 무기’라고 자랑한 이 SLBM은 건조 중인 5000톤급 신형 잠수함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개의 핵탄두를 탑재(MIRV)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성-5ㅅ형은 현재까지 실제 시험발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시리즈 12회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표준화·규격화를 이룬 사실을 다룬 바 있다. 탄도미사일 전력화의 또 다른 핵심은 재진입체 기술이다. 탄도미사일은 지구 궤도를 벗어났다가 재진입할 때 6000~7000도의 고열이 발생한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탄두는 녹아버린다. 북한은 이 기술 확보를 위해 꾸준하게 시험을 해왔다.
북한의 이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 시각차가 있다. 물론 북한은 재진입 기술을 완벽하게 확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초고온의 마찰열과 가혹한 진동 조건에서 탄두 내부 구조 보호 및 삭마 기술을 입증했고 핵탄두 폭발 유도 기폭장치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상당 수준의 재진입 및 유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실거리 발사 시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 당국과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⑮회에 계속)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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