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배우 윤계상이 17년 전 "한국 영화계의 본바탕이 좌파"라고 했던 인터뷰가 온라인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용기 있게 진실을 말했던 윤계상', '윤계상 과거 영화계 좌파 발언' 등의 제목으로 윤계상의 2009년 인터뷰를 담은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역사 왜곡 논쟁이 거세지는 시점과 맞물려 과거 발언이 다시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09년 남성지 GQ 11월호 인터뷰에서 나왔다. 당시 영화 '집행자' 개봉을 앞두고 있던 윤계상은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드라마 합쳐서 여덟 작품을 했다"며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로서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본바탕이 좌파다. 굉장히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윤계상이 당시 '좌파'라는 말을 현재 통용되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가 "좌파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뭔가"라고 되묻자 윤계상은 "막혀 있다는 거다. 내가 겪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나도 god의 인기나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섭외가 됐고 영화를 찍자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정말 괴롭다.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했을 때 깨끗하게 봐줄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단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발언이 알려진 뒤 논란이 일자 윤계상은 곧바로 사과했다. 윤계상은 2009년 11월 2일 자신의 팬카페에 '부끄러운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우선 전 저의 무지함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 좌파란 단어의 큰 의미를 저는 솔직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해명도 필요치 않다. 그냥 저의 완벽한 실수이기 때문에 부끄럽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의 발언에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했다. 윤계상은 "일단 그 단어가 정치적인, 저의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영화계가 저한테 어떤 편견을 가지고 대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 '집행자' 등이 자신의 발언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17년 가까이 지난 발언이 다시 등장한 배경에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가 사건 배후를 특정하지는 않지만 일부 인물과 설정을 통해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민의힘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영화 상영 중단과 허진호 감독 등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제작진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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